네자릿수에 진입한 종합주가지수가 상승 기조를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정보기술(IT)주는 D램 가격 급락에 발목이 잡혀 조정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D램 가격 하락은 반도체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IT 업체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미치기 때문에 주가도 조정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D램 값 약세는 수급 불균형과 계절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주가 조정 기간이 길지 않고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조정 국면이 저가 매수의 시점이라는 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2일 1.90% 하락한 뒤 자사주 매입설이 나돈 다음날 0.39% 올랐지만 4일에는 1.73% 떨어져 51만원으로 마감했다. 하이닉스는 4일에 3.47%하락한 1만3천900원을 기록하는 등 이틀 연속 급락했다. 또 LG전자(-2.08%), 삼성SDI(-0.41%), 삼성전기(-2.09%) 등 IT주 전반의 투자심리도 악화되는 모습이다. ◆D램 값 급락, 수급 불균형이 원인 더블 데이터 레이트(DDR) D램 가격은 이달 1일 처음으로 3달러선이 무너진 뒤 2달러 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D램 가격이 지난 1월27일 4달러 밑으로 떨어진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한 경우가 많았다. 대우증권 정창원 IT하드웨어 팀장은 "최근 D램 현물 가격 급락은 제품별 수급불균형과 계절적 비수기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DR보다 처리 속도가 빠른 DDR2를 채용한 PC와 노트북 등이 잇따라 출시되는 등D램 시장의 주력 상품이 DDR에서 DDR2로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 DDR 제품의 재고 물량이 방출돼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팀장은 "메모리업체들이 공급 과잉 상태인 DDR 대신 공급 부족 상태인 낸드플래시 메모리로 생산을 전환할 것으로 보여 D램 시장의 수급은 조기에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주 단기 조정 무게..저가 매수 기회인가 D램 값 하락은 삼성전자보다는 D램 생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하이닉스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증권 안성호 연구위원은 "최근 D램 가격 급락은 하이닉스의 올 1.4분기와 2.4분기 실적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목표주가를 1만8천400원에서 1만7천원으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한단계씩 낮췄다. 그는 하이닉스의 분기별 영업이익 추정치를 1.4분기 4천260억원에서 3천490억원,2.4분기 3천700억원에서 2천580억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안 연구원은 "따라서 향후 1~2개월 정도 주가 조정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지난4년간 구조조정을 거쳤고 원가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급격한 조정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하이닉스 주가순자산비율(PBR)의 1배 수준인 1만2천500~1만3천원선이 투자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가격대라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김장열 전자.반도체 팀장도 3월 하반기나 4월께에 D램 값 하락에 따른악재의 반영이 끝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저점 매수를 노릴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메릴린치증권은 D램 가격의 하락세가 3.4분기까지 지속될 수 있고 하이닉스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설이 삼성전자나 일본 도시바에 뒤처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 역시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주가 상승 동력 약화로 조정을 받겠지만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동원증권 민후식 연구위원은 "반도체 가운데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 비중이하이닉스는 대략 9대1인 반면 삼성전자는 5.5대 4.5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낸드 플래시 메모리 부문의 호조가 D램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 주가가 50만원대로 올라서 차익 실현 욕구가 큰 상황에서 D램 가격 하락과 원화 강세 영향으로 조정받고 있지만 1~2분기 앞을 본다면 저가 매수의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의 경우 수요가 양호한 낸드 플래시 부문이 D램 부문의 부진을 상쇄해 올 1.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기존 전망에 부합하는 1조6천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단기적인 주가 조정에 무게를 뒀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