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는 현재 지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는재평가 과정을 거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경기 회복 기대, 기업이익 질 개선, 풍부한 자금 유동성 등을 근거로 속속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re-rating)론'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씨티그룹증권의 경우 경기회복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시장이 비현실적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다며 오히려 적극적인 차익실현을 권했다. ◆ "1,000 찍고 꺾이는 장 아니다" 모건스탠리 박천웅 상무는 지난 18일 '한국시장 재평가'란 제목의 보고서에서종합주가지수가 이번 1.4분기 중 1,000선을 넘어서고 12개월안에 최고 1,120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박 상무는 "한국 증시의 재평가는 이미 궤도에 올랐으며 이에따라 향후 3년안에'코리아 디스카운트(할인요소)'들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한국 기업 이익의 질이 계속 높아지고 회계관행, 기업지배구조 등도 개선됨에따라 마침내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리는 등 자산의 재분배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적립식 펀드로의 자금 유입 증가도 한국 증시의 재평가 과정에서 긍정적 역할을할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이에앞서 지난 17일 장영우 UBS 서울지점 대표 역시 '지속가능한 랠리 시작'이라는 보고서에서 지수가 이번에는 1994, 1999, 2000년과 달리 1,000을 넘어선 뒤에도 바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에 비해 현재 기업 수익성은 훨씬 높지만 밸류에이션 수준은 오히려 낮다는점, G7(선진7개국) 선행지수가 과거 당시에는 정점이었으나 지금은 바닥이라는 점,국내 소비 역시 회복 단계라는 점 등을 그는 주요 근거로 들었다. 최근 리먼브라더스도 "한국 증시에서 지난 17년간 지속된 5년 주기의 등락이 끝나고 과거 지수 범위 상단을 깨는 성공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CLSA(크레디리요네)증권 역시 "우리는 한국 증시가 재평가 과정에 있다고 확신한다"면서"엘리엇 파동 이론상 향후 65% 가량 추가 상승 여력이 있고 지수는 중장기적으로 2007년 3.4분기에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외국인 매수세도 낙관 외국계증권사들은 대체로 외국인 매매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하고 있다. 한국의 내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는데다 그동안 주식시장을외면했던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도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이 급히 주식을 팔고 나갈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다. 윤용철 리먼브라더스 상무는 "더구나 IT경기가 올해 1.4~2.4분기 중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삼성전자 등 한국 시장의 대표 IT주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자금 동향도 외국인 매수세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펀드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에 따르면 지난 10~16일 1주일간 총 16억100만달러가 한국 관련 펀드에 흘러들었다. 전주의 15억8800만달러에 이어 2주 연속 확인된 대규모자금 유입이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18일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6천62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으며 삼성전자[005930], 현대모비스[012330], SK[003600], 한국전력[015760], LG[003550], 국민은행[060000], 현대중공업[009540] 등이 이 기간 외국인순매수 종목 상위(거래대금 기준)에 올라있다. ◆ 씨티, "지수 고점 974..차익실현하라" 주장도 그러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뛰어넘는 증시 과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유동원 씨티그룹증권 상무는 18일자 메모에서 "시장의 자기자본이익률 컨센서스인 16.9%를 적용한다해도 우리의 분석모델상 적정 지수 최고치는 974선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는 직설적으로 한국시장에서 지금 공격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설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현재 경기 지표가 바닥이라 하더라도 이미 시장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적립식 펀드로 인한 유동성 개선도 아직 한국 시장의 재평가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시장은 정부가 증시의 재평가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어떤 정책이 '실질적으로 달라졌는가'를 살펴보면 거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면서"한국 증시의 재평가는 당장 이뤄지지 않고 2~3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