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1백억원대 신흥 '벤처 부호'가 속출하고 있다. 코스닥 랠리와 공모주 열풍에 힘입어 최대주주의 주식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1천억원대 '거부'도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IT거품이 형성됐던 지난 1999-2000년의 벤처신화가 재현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있다. ○수백억원대 신흥 부호 잇따라 상장 직후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대박'을 터뜨리는 최대주주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코스닥에 상장된 16곳 중 10곳의 최대주주 자산가치가 1백억원을 웃돌았다. 25일 첫 거래된 SNU프리시젼을 비롯 인프라밸리 손오공 미래컴퍼니 신지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7일 상장된 손오공의 최신규 사장은 주식 평가금액이 8백14억원으로 코스닥 5대 부호로 올라섰다. 미래컴퍼니 김종인 대표의 주식평가금액도 6백98억원에 달했다. 1천억원대 부호도 등장했다. 8백92만여주를 갖고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사장은 주식자산이 1천1백억원에 육박한다. 서울반도체 이정훈 대표이사도 보유주식 5백49만여주의 평가금액이 1천44억원에 이른다. 레인콤의 양덕준 대표이사도 자산가치가 9백억원을 넘어섰다. 코스닥 랠리를 틈타 단기 급등한 종목의 대주주도 자산가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C&S마이크로의 이홍배 사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해 12월28일 이후 주가가 4백% 급등,주식평가금액이 1백57억원으로 불어났다. 고석훈(신지소프트) 이성혁(단암전자통신) 지원철(이지바이오)씨 등도 같은 기간 주식자산이 1백10억∼1백40억원 급증해 2백억원 안팎의 부호가 됐다. 동물용 백신을 만드는 코미팜의 양용진 대표이사는 지난해 8월 이후 자산가치가 1천3백% 가까이 치솟아 1천억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있다. ○무너진 1세대와는 다를듯 1999년에도 IT 거품에 힘입어 1백억원대 이상 벤처부호가 수십명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코스닥 입성 후 기업 경영은 등한시 한 채 새 사업을 찾는 '문어발식 확장'과 투자 수익만 추구하는 '머니게임'에 치중,대부분이 무너지고 주성엔지니어링 다음커뮤니케이션 로커스 솔본(새롬기술) 등 소수 벤처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지분이 축소돼 겉만 옛 이름을 달고 있는 기업도 많다. 때문에 올들어 코스닥 랠리를 타고 '제2 벤처신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과거 벤처 1세대가 겪은 거품붕괴가 재연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 상장 심사가 엄격해진 데다 실적이 뒤받침되는 우량기업들이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또 새롭게 상장했거나 예정인 기업들도 반도체·LCD,휴대폰 부품주 등 첨단 IT관련주여서 외형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 따라서 최근 코스닥발 '벤처 부활'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는 시각이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새롭게 등장한 벤처 갑부들은 과거에 대한 학습효과로 무장돼 있다"며 "달라진 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감안할 경우 '제2의 벤처신화'를 일구는 동력은 과거와 질적으로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