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투신운용, 가치투자로 1·3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던 2004년 채권시장의 선두주자는 어떤 전략을 택했을까. 정답은 ‘가치투자’다. ‘2004 베스트 펀드’ 채권부문의 1ㆍ3위를 차지한 대투운용의 ‘클래스1장기채권S-1’과 ‘스마트중기채권I-3’는 ‘가치투자’를 핵심전략으로 삼았다. 2위에 오른 도이치투신운용 ‘도이치코리아채권1-1’도 역시 가치투자로 대박을 터뜨렸다. 채권 가치투자는 저평가된 회사채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대투운용과 도이치투신운용 모두 국공채 위주로 기존 채권투자 전략에서 벗어난 결과 2004년 한해 풍작을 이뤘다. 1위 - 대한투신운용 ‘클래스1장기채권S-1’ 2004년 최고의 채권펀드로 선정된 대투운용의 ‘클래스1장기채권S-1’은 명품 펀드로 통한다. 2003년 11월10일 설정된 이 펀드의 2003년 12월8일부터 2004년 12월6일까지 약 1년간 수익률은 7.88%였다. 고객이 맡긴 돈을 의미하는 수탁고, 즉 설정액은 2004년 12월6일 기준으로 1조9,070억원이었다. 국내에서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1년짜리 장기채권형펀드가 5,000억원을 넘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펀드를 운용하는 권혁상 대투운용 펀드매니저는 “2003년 당시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펀드’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1등급, 명품을 뜻하는 ‘클래스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개인고객만을 대상으로 언제나 가입, 해지가 가능한 개인고객 전용 펀드”라고 설명했다. ‘클래스1장기채권S-1’은 가입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펀드수익률의 변동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 회사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1월6일 현재 회사채 50%, 금융채 25%, 국채 25% 수준으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환매수수료는 가입 후 6개월 이내에는 이익금의 90%, 1년 이내는 10%다. 권펀드매니저는 “회사채와 국채, 파생상품을 통해 시중금리에 대한 변동성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며 “펀드규모가 5,000억원이 넘어가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저평가 폭이 가장 큰 회사채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고 덧붙였다. 산업별로 동급의 회사채 가운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선별, 가치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1위자리에 올랐지만 이 펀드를 설계했던 2003년 11월 당시 개인고객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MMF(머니마켓펀드) 등 단기펀드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한 투신권의 고객에게 1년짜리 장기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권펀드매니저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고수익을 낼 수 있고 금리변동에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개인고객에게 직접 설명하기로 결심했다”며 “대한투자신탁증권의 전국 거의 모든 영업점에 설명회를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상품을 선보이기 무섭게 전국 대고객 설명회 일정을 잡았다. 전국 지점 순회를 한달 정도로 잡고, 먼 지역에는 점심식사 후 오후 3시 비행기 또는 KTX를 타고 향했다. 서울의 경우 장 끝난 뒤 하루 1~2개의 영업점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각 영업점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달에 한번 보고서를 내는 업무도 꼼꼼히 했다. 보고서에는 지난달 수익률이 예상보다 떨어진 이유와 이번달 예상수익률, 자산비중과 수익전략을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그 결과 이 펀드의 가입 고객수는 2005년 1월6일 기준으로 4만6,839명이 됐다. 땀 흘리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위치가 바로 ‘최고’의 자리였다. 2위 - 도이치투신운용 ‘도이치코리아채권1-1’ 2위에 오른 ‘도이치코리아채권1-1’은 도이치투신운용이 내놓은 첫 번째 공모펀드다. 2002년 7월 설립된 도이치투신운용은 그동안 사모펀드만 운용해 오다 2003년 10월13일 이 펀드를 내놓으며 공모펀드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현재 도이치투신운용의 채권운용팀은 ‘도이치코리아채권1-1’ 오직 1개의 펀드만을 운용하며 전력투구하고 있다. 2003년 12월8일부터 2004년 12월6일까지 이 펀드의 약 1년간 수익률은 6.53%, 설정액은 2004년 12월6일 기준 1,661억원이었다. 이 펀드 또한 저평가된 회사채 위주의 가치투자로 좋은 성적을 냈다. 이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인 이재헌 도이치투신운용 상무는 “동일유형의 업계 전체 포트폴리오와 비교할 때 대부분의 채권형펀드가 국채, 통안채에 집중 투자됐다”며 “이에 비해 ‘도이치코리아채권1-1’은 유형별로 고르게 편입, 분산투자 효과를 고려한 포트폴리오가 특징이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회사채 47%, CP(단기기업어음)를 포함한 유동성채권 21%, 금융채 12%, 국채 7%, 통안채 5%, 예보채 8%로 구성돼 있다. 특이점은 BBB+ 등급 이하의 회사채에도 선별적으로 투자했다는 것. 이상무는 “BBB- 이상이 투자적격 회사채인데, BBB-에는 투자하지 않고 BBB0 이상에만 투자하고 있다”며 “2004년 10월의 경우 투자한 회사채 608억원 가운데 AAA 157억원, AA 5억원, A 91억원인 데 비해 BBB는 355억원의 비중이었다”고 말했다. 가치투자에서는 그 무엇보다 좋은 종목의 회사채를 고르는 게 관건이다. 도이치투신운용의 채권운용팀은 3명으로 구성돼 있다. 도이치투신운용의 채권 수탁고 규모에 비해 인력이 적은 것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곤 하지만 이들 3명은 정예멤버다. 이상무가 대표 펀드매니저로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종목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진다. 이상무는 신세기투자신탁을 거쳐 템플턴투신운용에서 5년간 채권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다 도이치투신운용으로 스카우트됐다. 다른 팀원인 한희진 부장은 삼성생명 출신으로 크레디트 포트폴리오 매니저(Credit Portfolio manager) 역할을 맡으며 회사채의 신용도를 점검한다. 또 현대해상 재보험팀과 조흥투신 채권운용팀, 슈로더 채권운용팀에서 일했던 변현수 부장은 이자율과 국채를 분석한다. 이들 3명은 환상의 팀워크를 보이며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종목을 콕콕 집어냈다. 2004년 초에는 70여개의 운용사와 자문사를 후보로 했던 국민연금 10개 운용사 선발에 뽑히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도이치투신운용의 마케팅팀 또한 역할이 컸다. 도이치투신운용은 독립운용사로 증권사 등의 판매사를 달리 두고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만들어놓은 펀드상품을 판매사에 팔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도이치코리아채권1-1’은 환매수수료 기간이 3개월로, 기관에 따라 단기 또는 중단기로 분류되는 펀드다. 하지만 투자자에게는 6개월 이상 보유할 것을 권장했다. 채권상품으로는 긴 6개월이라는 보유 기간에 반신반의한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마케팅팀은 숱한 고생을 했다. 처음에는 등 돌렸던 판매사들도 상품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하나둘씩 늘었다. 지금은 조흥은행, 한투증권, 한화증권, 교보증권, CJ투자증권 등 12개 회사가 이 펀드의 판매사다. 2004년 12월 말 설정액(수탁고) 2,000억원을 넘어선 ‘도이치코리아채권1-1’의 고객구성은 개인 90%, 법인 10%다. 3위 - 대한투신운용 ‘스마트중기채권I-3’ 채권 베스트 펀드 3위에 오른 대투운용 ‘스마트중기채권I-3’의 설정일은 2003년 1월6일이었다. 1위를 차지한 ‘클래스1장기채권S-1’보다 10개월 빨리 설정된 이 펀드는 일찌감치 ‘가치투자’ 전략을 폈다. 그 결과 2003년 12월8일부터 2004년 12월6일까지 약 1년간의 수익률은 6.44%, 설정액은 2004년 12월6일 기준 414억원이었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정관옥 대투운용 펀드매니저는 “회사채 40%, 금융채 25%, 국채 35%로 구성돼 있다”며 “‘똑똑한’ 펀드를 만들자는 취지로 스마트(Smart)라고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1위의 ‘클래스1장기채권S-1’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신축적인 국채 비중 조정이다. 이 펀드는 저평가 회사채를 기초로 하면서 펀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시장상황에 따라 국채 비중을 달리한다. 이 펀드의 고객은 2005년 1월6일 기준 1,140명이다. 환매수수료는 가입 후 90일 미만까지는 이익금의 70%, 180일 미만은 30%다. 베스트 채권운용사 1위로도 선정된 대투운용의 채권운용팀은 1팀과 2팀으로 나뉘어 있다. 1팀은 사모펀드를, 이번에 1등과 3등을 차지한 2팀은 공모펀드를 운용한다. 채권운용팀 대다수가 CFA(공인재무분석사)를 준비하는 분위기. 이미 CFA를 취득한 황재홍 채권운용2팀장 등은 후배 매니저들과 함께 매월 스터디를 꾸린다. 주제를 정해놓고 국내외 성공, 실패 거래사례를 분석하고 운용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jenn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