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별관 108호실.투자 동아리인 YIG가 신입회원을 받기 위해 실시한 오리엔테이션 자리다. 동아리에 가입하려는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기초단계인 "재무제표 보는 법"을 설명하는 선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YIG 회장을 맡고 있는 조가람씨(23.경영 4)는 "동아리를 만든 지 1년밖에 안됐지만 올해에는 가입을 신청한 학생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아 3주간의 테스트를 거쳐 신입회원을 뽑기로 했다"며 흐뭇한 표정이었다. 지도교수인 신현한 경영대교수(41)는 "투자수익률을 높이기보다 어떤 근거로 투자 종목을 골랐는 지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YIG 같은 투자 동아리를 두고 있는 대학은 제주대를 포함,전국에 줄잡아 4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동양종금증권이 동아리 활동을 후원하기 위해 지난 5월 신청을 받았을 때 전국 44개 대학이 참여했다. 1999년 20여개에서 5년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동아리 등까지 포함하면 전국 대학에 1백개에 가까운 모임이 구성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은 이제까지 투자교육에 관한 한 사각지대였지만 '장외'에서 만들어진 동아리가 공백을 메우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금융투자 교육이 이처럼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증권업협회가 지난 5월말 초·중·고교용 증권교재를 처음으로 발간한게 대표적이다. 초등학교용은 '돈과 생활',중·고등학교용은 '경제생활과 증권'이 그 주제다. 증권업협회는 2만7천부를 찍어 전국 1만1천개 일선 학교에 무료로 보냈다. 교사들 사이에서 "정규교과 시간에 가르치는 방안을 학교측에 건의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 증권회사들도 앞다퉈 청소년을 대상으로 모의투자게임을 실시하고 있다. 미래의 고객에게 건전한 투자상식을 심어주겠다는 취지에서다. 교보증권 회장을 지낸 신평재 교보생명 교육문화재단 이사장과 증권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한 박창배 교보증권 이사회의장이 비영리 경제교육단체인 JA코리아의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것도 신선한 변화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투자교육 토양은 여전히 척박하다. 미국에선 정부와 학교는 물론 기업들도 투자자 교육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GE의 경우 최고경영자부터 말단사원까지 투자자 교육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의무처럼 여겨진다. 미국투자가협회(NAIC) 후원으로 열리는 투자세미나의 경우 60여개 우량기업이 직접 부스를 설치하고 기업내용과 투자전략을 상세히 설명해 준다. 참석자들은 세미나를 통해 좋은 주식을 고르는 투자기법을 배운 뒤 기업관계자들을 만나 실제 투자로 옮길 주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기업 관계자들도 상당한 비용을 들여 실시하는 기업설명회(IR)보다 더 큰 홍보효과를 낸다며 만족해 한다. 투자자들을 교육하는 NPO(비영리기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JA월드와이드는 기부금의 70%를 개인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 못지않게 교육에 내는 돈도 훌륭한 기부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미국 전국경제교육협의회(NECC) 로버트 듀발 회장은 "투자상식은 이제 생존의 필수수단이 됐다"고 단언했다. 불과 10여년 만에 컴퓨터없이는 살기 힘든 세상이 돼버린 것처럼 앞으로는 투자 마인드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뜻을 담고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