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따뜻한 햇빛이 들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대부분 증권사의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올들어서는 순이익 규모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증시상황에 따라 등락이 심하지만, 종합주가지수가 800선 안팎에 머물고 있어 당분간 안정적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3월결산인 국내 증권사 44곳과 외국계 증권사 15곳 등 59개 증권사의 지난해(2003년 4월~2004년 3월) 순이익은 1조2천8백17억원으로 전년(6천17억원 적자) 대비 1조8천8백34억원 늘어났다. 46개 증권사(국내 32개사, 외국계 14개사)가 흑자를 냈고, 이중 대한투자 대우 동원 한화 등 15개 증권사(국내 13개사, 외국계 2개사)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증권은 푸르덴셜증권(옛 현투증권) 부실에 따른 대주주 분담금을 지출, 흑자를 내진 못했지만 부실을 완전히 털어냈다. 한투증권의 경우 적자규모가 대폭 줄었다. 증권사들의 실적호전은 증시상황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도 큰 몫을 했다. 지난 1년간 영업점을 1백8개 없앴고 직원수도 2천5백14명 감축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 3월말 1천8백17개이던 점포수는 올 3월말 현재 1천7백9개로 6%, 증권사 임직원수는 3만5천4백42명에서 3만2천9백28명으로 7% 각각 감소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흑자를 내고도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은 영업환경 자체가 더 악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해의 실적호전은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가 주식 채권 등에 직접 투자해 벌어들인 '자기매매수입'이 1조2천4백50억원으로 전년(6천4백25억원 적자) 대비 1조8천8백75억원 급증한 덕분이었다. 반면 전통적 수입원인 위탁매매수수료(3조7천4백60억원)는 0.3% 늘어난데 그쳤고 수익증권 판매수수료(6천9백88억원)는 오히려 35% 격감했다. 증권사들은 올들어서는 일임형 랩이나 적립식펀드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고, 자산관리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자산관리 부문이 성과를 얻으면, 모처럼 달성한 흑자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