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고려화학(KCC)이 오는 30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대그룹에 패배하면 현대 경영권 확보를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KCC 고위 관계자는 24일 "주총에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만약 KCC가 낸 이사선임안이 부결되면 깨끗이 손을 떼겠다"고 말했다. 이는 주총에서 경영권을 반드시 빼앗겠다는 각오를 표명하는 동시에 그렇지 않을 경우 깨끗이 승복하겠다는 뜻으로,주총에서 패해도 추가로 지분 확보전을 벌이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진 회장 주재로 열린 긴급 회의를 통해 나온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KCC는 주총에서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현재 보유 중인 지분 16.11%(처분명령 이후)와 공개매수로 사들인 지분 8% 등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전량을 매도할 예정이다. ◆범 현대가 결속용인가 KCC는 겉으로는 소액주주들로 하여금 현대그룹을 누가 경영하는 게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한지 판단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KCC가 주총에서 지면 추가로 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모을 것이란 증권가 일각의 관측에 쐐기를 박으려는 뜻도 담겨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범(汎)현대가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 데 따른 대응이라고 보고 있다. KCC는 당초 엘리베이터 지분 15.40%를 보유하고 있는 범현대가가 자신들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범현대가 중 일부가 중립을 지키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해오면서 KCC가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현정은 회장은 최근 "범현대가가 주총에서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립은 현 회장 지지 범현대가의 의중이 승패를 가를 게 확실하다. 범현대가 중 일부만 중립을 지켜주면 현 회장이 경영권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KCC가 이날 배수진을 치고 엘리베이터 주총에 임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중립은 곧 현 회장 지지'가 된다는 사실을 전달하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만약 범현대가가 정 명예회장의 뜻에 부응해 한 목소리를 낸다면 KCC가 승기를 잡을 수 있다. KCC의 이날 결정에 대해 현대그룹은 "경영권 분쟁 종결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사주 매입과 외자 유치 등 주가 부양책을 마련해뒀다"고 밝혔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