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요즘 '배당금특수'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있다. 올 배당금이 사상 최대규모인 7조5천억원을 넘어서 증시자금이 그만큼 풍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26일의 경우 삼성 계열사들이 지급하는 배당금만 1조원을 넘는다. 전쟁이나 정국불안과 같은 특별한 악재만 없으면 돈의 힘으로 주가를 밀어 올리는 유동성 장세도 가능하다는 기대성 관측도 흘러 나오고있다. ◆최대 6조원 신규유입 기대 보통 배당금은 주주들의 계좌에 입금되기 때문에 재투자가 가능한 증시 대기자금으로 분류된다. 과거의 예를 볼때 배당금중 70-80% 정도는 증시로 유턴(U-tern)하는 성향이 있다는게 증권가의 일반적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선 배당금을 손익항목으로 처리해야 하는 기업과 배당금중 일부를 본국으로 가져가는 외국인을 제외하면 올해 총 배당금 7조5천억원 가운데 최대 6조원 가까이가 대기성 자금으로 유입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올해는 고객예탁금의 70%에 달하는 신규자금이 주식매입을 위해 기다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3월초 7조9천억원 수준이었던 고객예탁금이 배당금 지급이 끝난 4월말께 11조원으로 불어났다. 5조원 가까운 배당금중 상당액이 증시로 유입된 결과였다. 이런 현상이 올해도 재현될 경우 9조원대인 현 고객예탁금규모가 4월말께는 15조원대로 확대될수 있다. 신성호 우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이나 투신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외국계 펀드가 받아가는 배당금은 증시로 재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는 배당금이 크게 늘어난 만큼 증시부양 효과가 강할 것"고 분석했다. 배당금 급증의 첫번째 이유는 기업들의 이익구조가 그만큼 좋아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주주중시 경영에 나선 것도 또 다른 이유다. SK텔레콤,KT,POSCO 등이 올해 주주정책을 강화한 대표적 사례다. 이들 3개 기업의 올 배당금 증가액은 6천억원에 달한다. SK텔레콤은 올해를 '주주중시 원년'으로 선포하고 주당 배당금(5천5백원)을 전년도(주당 1천8백원)보다 3배 이상 늘렸다. KT도 올해 설비투자를 크게 줄이는 대신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는 등 주주가치증대를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배당금 증가는 동전의 양면 주명호 대신증권 기업분석실장은 "배당은 기업 입장에선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라고 지적했다. 주가부양 차원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이익의 상당부분을 주주들에게 나눠줘 결과적으로 신규투자가 위축되는 결과가 나타날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들의 주요 주주로 부상한 외국인들이 고배당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이 대주주로 참여한 기업들의 경우 외국인의 요구에 따라 배당을 늘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아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기능을 초래할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산업구조가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면서 기업들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배당금을 늘리는 등 주주중시경영을 펼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