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삼성전자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선 정치자금문제 등을 제기한 참여연대측의 중도퇴진 등으로 큰 소란이 빚어졌다. 3년만에 삼성전자 주총에 참여한 참여연대는 주총 무효소송을 내겠다고 밝혀 이번 주총 효력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강고려화학(KCC) 주총에서도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주주간에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38개 상장사와 8개 코스닥기업이 일제히 주총을 열었으나 대선자금 지원과 관련된 삼성전자와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에 끼어든 KCC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무난하게 주총을 마쳤다. ◆…서울 중앙일보 빌딩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총은 시작부터 참여연대와 사회를 맡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윤 부회장이 의안처리에 앞서 영업보고,감사보고를 시작하자 참여연대의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면서 양측은 날카로운 신경전이 이어졌다. 윤 부회장이 "영업보고 감사 보고가 끝난 뒤 발언권을 주겠다"며 "진행을 방해할 경우 의장권한으로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김 소장은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고 주장하자 윤 부회장은 "나도 주주"라며 맞받아쳤다. 참여연대가 삼성카드 출자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고 이학수 본부장 등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면서 주총장은 순식간에 험악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참여연대 송호장 변호사는 "이학수 본부장 김인주 사장등이 정당에 불법적인 경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한 회사의 윤리강령을 위반해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부회장은 "정치자금 관련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검찰에서 조사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명백한 위반 등을 얘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소장은 "자본잠식상태인 삼성카드의 증자에 참여하면서 외국의 전문적 평가기관에 자문을 구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최도석 사장은 "충분한 토론을 거쳐 증자 참여를 결정했다"며 "삼성카드 문제는 카드업계 전반의 문제였으며 삼성카드 부도시 모 회사인 삼성전자도 신용불량관련인으로 등록돼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총에서의 양측 공방은 1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건을 표결로 처리하면서 격화됐다. 99%의 찬성으로 1호 안건이 통과된 뒤 회사측이 2호안건인 요란 맘,이갑현 사외이사의 선임건을 박수로 처리하자 참여연대가 주총 무효를 선언하며 퇴장했다. 참여연대측은 "주주의 발언권을 인정하지 않은 주총은 무효"라며 주총장을 떠났다. 참여연대 김 소장은 "주총무효소송 주주대표소송과 함께 형사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신임 사외이사에 윤영대 전 통계청장을 선임하고 임원보수한도를 지난해 1백억원에서 1백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주총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돼 30분만에 종료됐다. 삼성전기는 김기영 전무(CFO)를 재선임하고 사외이사로 강병호 한양대 교수를 신규 선임했다. 보수한도는 59억원으로 작년 수준에서 동결키로 결정했다. ◆…KCC 주주총회도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일부 소액주주들의 항의와 주주들간 몸싸움 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이날 주총에는 2백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에 따른 회사가치 하락과 주주이익 훼손 등에 대해 따졌다. 이사회 의장인 고주석 사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사업이 KCC 사업목적과 무관하지 않으며 작년에 유가증권 투자이익이 1천7백3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의견이 다른 주주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우격다짐 직전까지 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소액주주중에서는 '여성계 대표'라고 밝힌 주주가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자칭 '여성계 대표'라는 주주는 "가부장적 의사결정으로 회사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또 다른 중년여성은 "애경의 장 회장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거둔 것처럼 현대엘리베이터의 현정은 회장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색적인 주장을 내놨다. 주총 전 이사선임 등과 관련, 반대의사를 표시했던 템플턴자산운용 등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이날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는 대신 문서를 통해 반대의사를 밝혔으나 지분율이 미미해 안건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박동휘·임도원·송주희·최명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