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적(國籍)자본'이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공격적인 주식매수로 국내증시 주도권을 거머쥔 외국인투자자는 고(高)배당을 요구, 국내 우량기업의 과실을 챙기는가 하면 유럽계 펀드인 소버린은 SK㈜ 경영권을 공공연히 노리는 등 극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1주1표주의를 포기하면서 국적자본을 지키는 스웨덴이나 일반투자자의 의결권을 일부 제한하는 벨기에처럼 국적자본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18일 증권거래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이 삼성전자 한 회사에서 배당으로 챙길 금액은 5천96억원에 달한다. 포스코 KT SK텔레콤 현대차 등 5개사에서만 1조3천5백99억원의 배당금이 외국인에게 지급된다. 이는 지난 2001년 상장사 전체가 외국인에게 배당한 1조2천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상장사 전체로는 올해 3조원이 넘는 거액이 배당금 명목으로 국외유출될 것으로 추정됐다. 국부유출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올 1월 말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최대주주 지분을 초과하는 상장사는 41개사에 달한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대림산업 CJ 등 한국 대표기업중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 특히 단순투자가 아니라 경영권을 겨냥한 '헌팅 머니'까지 들어오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소버린은 자신들의 자본규모나 성격 등을 공개하지 않은채 SK의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며 사실상 적대적 M&A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소버린이 투자 성공사례로 소개한 러시아의 가스프롬사는 불투명한 경영으로 '러시아판 엔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버린은 오너경영체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이용, 여론몰이까지 나서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버린이 국내 규정을 위반했는데도 이를 용인하는 등 당국의 안일한 상황인식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