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흐림,2004년 맑음.' 고려아연은 2003년 9천2백83억원의 매출에 4백9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02년보다 매출액은 9.5%,영업이익은 29.2% 감소한 수준이다. 이라크 전쟁 등의 여파로 국제 아연가격이 약세를 보인데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진 게 실적 악화의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고려아연은 전체 매출액의 40% 이상이 아연사업부문이고 70% 이상이 수출부문이다. 아연가격과 원화가치 변동에 민감한 사업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의 부진을 털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환경 개선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정지윤 서울증권 연구원은 "2003년에 t당 평균 9백39달러이던 국제 아연가격이 2004년에는 t당 평균 9백90달러로 5.4% 정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아연가격 하락으로 공급은 줄어든 반면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수요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란 근거에서다. 증권사들은 이에 따라 앞다퉈 목표주가를 올리는 분위기다. 서울증권은 고려아연의 적정주가를 2만7천원에서 3만7천원으로 제시했다. 아연가격 상승으로 EPS(주당순이익)가 늘어나는 만큼 과거 수준의 주가수익비율(10.5배)을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적정주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서울증권은 설명했다. 주가수익비율(PER) 10.5배는 지난 5년간 고려아연 PER의 평균치이자 최근 2년간 PER 범위에서 상단에 해당하는 배수다. 영업환경 개선이 뚜렷한 만큼 '공격적인' PER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LG투자증권도 고려아연의 목표주가를 3만원에서 3만5천원으로 높였다. 이은영 LG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은 국제 아연가격 상승의 진정한 수혜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없진 않다. 우리증권은 지난 11월 제시했던 2만6천원의 목표주가를 올리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 과거 데이터로 볼 때 아연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무작정 목표주가를 올리기는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송종혁 우리증권 연구원은 "국제 아연가격이 t당 1천27달러를 기록했던 지난 98년을 전후한 시기에도 고려아연의 PER는 8배를 넘지 못했다"며 "최근 주가는 향후 아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