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 수준에서 결정된 뒤 결국 주가가 하한가로 마감돼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공모주 투자는 무조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공모주 신화'가 깨지게 된 셈이다. 불명예의 주인공은 29일 코스닥 시장에서 첫 거래가 시작된 TG인포넷. 이 회사의 시초가는 공모가와 똑같은 1천5백원(액면가 5백원)으로 결정된 뒤 주가가 가격제한폭인 12% 만큼 떨어져 1천3백20원으로 마감됐다.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높지 않게 결정된 것은 시초가 결정에 동시호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올들어 처음이다. 대표 주관회사(옛 주간사)인 신영증권의 TG인포넷 담당자는 "공모 투자자들에게 팔 기회도 주지 못하고 평가손실을 입혔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기관 의무보유 확약비율이 15% 정도에 불과해 매물이 많이 쏟아져 나온 것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TG인포넷 공모투자자 입장에선 팔 기회 한번없이 그대로 앉은 자리에서 12%의 평가손실을 입게 된 유례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까지 '묻지마 식'으로 이어졌던 공모투자 관행은 물론 대표 주관회사의 공모가 결정 관행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모투자 관행 바뀔 듯=이날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TG인포넷은 등록 2일째인 30일부터 '공모주 풋백옵션'의 적용을 받게 돼 주간사인 신영증권은 앞으로 1개월동안 공모가의 90%인 1천3백50원에 일반 공모투자자들의 주식을 되사주게 된다. 그렇다고해도 공모투자자들은 10% 가까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반 공모투자자들도 나름대로 기업분석을 거친 뒤에 청약에 나서는 새로운 투자패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노기선 메리츠증권 주식인수팀장은 "기관투자가들의 시장조성 의무가 폐지된 이후 공모가는 전반적으로 높아진 반면 시초가 상승률은 업체별로 크게 차별화되고 있다"며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기업의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면 TG인포넷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달 들어서만 해도 신규 등록주의 시초가 상승률은 0%(TG인포넷)에서 1백%(상화마이크로텍·레인콤)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또 첫 거래일 이후에도 상화마이크로텍처럼 공모가의 5배 이상 오른 종목이 있는 반면 TG인포넷같이 첫날 공모가가 붕괴된 사례도 있다. ◆공모가 산정에도 영향=시장조성 폐지 이후 높아만가던 공모가 결정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TG인포넷과 함께 등록한 아이레보와 토필드도 시초가 상승률이 공모가 대비 각각 14%와 19%에 불과해 '공모가가 너무 비쌌던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증권사들이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공모가는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대표 주관회사가 등록기업과 협의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