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에 "매물 주의보"가 내려졌다. 소버린자산운용과 SK그룹간의 경영권 다툼은 26일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날 이후 취득한 주식은 내년초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양측이 세 불리기를 위해 확보한 우호세력의 물량은 26일 이후 매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양측의 지분경쟁에 마지막 변수로 예상됐던 총액출자제도의 적용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인의 적대적M&A를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 지분이 10% 미만으로 줄더라도 6개월이상 유예해주는 쪽으로 제도를 고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버린은 지난 24일 보유지분 중 12%를 4개 자회사 펀드로 분할,총액출자제도를 이용해 SK측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공정위가 이같이 관련법 개정의지를 밝힘에 따라 SK(주)의 매물 공세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증권업계 관측이다. 현재로선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주식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대 발행주식의 10%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SK 관계자는 25일 "채권단이 사들인 자사주 외에 우호세력을 통해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순전히 지분 확대를 목적으로 우호세력이 사들인 것으로 이중 상당수는 26일 이후 언제든 매물로 변할 수 있는 물량이다. 소버린측이 확보한 우호세력 물량과 소액투자자 보유분 중 일부도 차익실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 주가가 5천원대부터 3만6천원대까지 치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양측은 우호세력을 동원해 상당한 물량을 확보했다"며 "저가에 매수했던 물량은 26일 이후 차익 실현을 위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은행이 지난 22일부터 SK의 자사주를 시간외거래를 통해 매입하기 시작,승부의 저울이 SK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에서 26일 이후 대량 매물 공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 은행들이 SK의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뒤 SK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3만5천원을 웃돌던 이 회사 주가는 2만9천원대로 추락했다. M&A 테마로서 메리트가 감소했다는 뜻이다. 지난 24일 소버린이 보유 지분을 4개 자회사 펀드로 분할한 조치도 심리적인 매물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버린측 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보유지분을 쉽게 팔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증권가에선 우세하다. 펀드 운영권을 넘기는 블록세일(block sale) 등을 통해 주식을 처분하기 위한 수순밟기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다툼이 조기 종결될지와 관계없이 이번 주총과 관련된 지분매입이 종결된다는 점에서 당분간 매물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