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나홀로 약세(환율 상승세)를 지속하며 1천2백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수출 경쟁력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환율은 결국 제자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뒤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과거 DJ정부가 인위적인 내수부양 정책을 쓰는 바람에 국내 경제가 지금도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정부가 수출을 통한 성장에만 집착해 환율을 지나치게 방어할 경우 장차 또 한번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목소리는 재경부 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 원화만 '마이웨이'하는 이유


대내외 변수만 보면 강세요인이 많다.


주요국 통화들이 일제히 강세행진을 벌이고 있는데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만도 1백20억달러에 달하는 등 달러 공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외국인 주식 매수세도 원화환율을 떨어뜨릴 요인이다.


물론 최근 들어 북핵문제가 국제 여론의 주목을 다시 받기 시작했고 카드사 유동성 문제로 금융시장이 불안하긴 하지만 원화환율이 주요국 환율과 거꾸로 갈 만큼 강력한 변수는 아니라는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환율 상승세를 '컨트리 리스크'로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 총대는 재경부가 멨다


최근의 외환시장 개입은 재정경제부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외환 보유액 가운데 재경부가 운용하고 있는 '외국환 평형기금'의 증가추세나 연이어 돌출하는 '구두개입'의 강도를 비교할 때 최근의 환율 상승세는 재경부쪽이 유도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1천5백30억달러를 넘어선 외환보유액 중에서 외평기금 비중은 16%가량(약 2백40억달러).


외평채 발행액 등을 감안하면 올들어 1백억달러 가량 늘어났고 이 돈은 대부분 달러를 사들이는, 매수 개입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분명한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한 기존 환율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재경부의 잇단 구두개입도 같은 맥락이다.



◆ 시장왜곡의 대가


지난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수출과 내수간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상승세가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오름세로 이어지면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고 소비심리가 위축된다는 설명이다.


달러 매입으로 통화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통화안정증권 발행액은 이미 1백조원을 넘어섰고 한 해 이자만 5조원이 나가고 있다.


이른바 '인플레이션 세'를 미래세대에 전가한다는 것.


내년초 미국의 통화절상 압력이 재연되면 외환당국도 어쩔 수 없이 시장에서 손을 놓게 되고 이 경우 환율급락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걱정스런 부분이다.


이에 대해 최종구 재경부 국제금융과장은 "소비부진의 원인을 환율 약세에서 찾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환율안정으로 수출이 경제를 받쳐 준 덕에 소비와 고용이 그나마 지금 수준이라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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