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증권업계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생존전략을 짜는데 고심하고 있다. 미국 증권사들은 대형화.투자은행화를 통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일본업체도 10년이상 구조조정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반면 위탁매매에 의존해온 홍콩의 토종증권사들은 군소회사로 전락했거나 외국계에 흡수합병돼버리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미국.일본.홍콩 증권업계를 사례연구 중심으로 알아본다. 도쿄증권거래소를 둘러싸고 있는 도쿄 중심가 가부토초.미국 월가나 한국 여의도처럼 증권사들이 밀집돼있는 증권가다. 이곳에서 만난 일본 증권맨들은 "지난 90년대 후반에 시작됐던 증권산업 '빅뱅'은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증권산업 구조개편은 지난 97년께 본격화됐다. 거품 붕괴로 인한 주가하락 현상이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와중에 일본정부는 98년 증권사 진입 규제 완화,99년 수수료 전면자율화를 선언하면서 업계 전체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선두주자인 노무라증권은 자회사인 고쿠사이증권을 도쿄미쓰비시은행에 팔았고 다이와증권은 스스로 스미토모은행 계열로 편입됐다. 대형사인 니코는 도매영업 부문을 살로먼스미스바니(현 씨티그룹)에 매각했고 98년 도산한 4위 야마이치증권은 미국 메릴린치에 넘어갔다. 97년 이후 일본 증권사 중 30%가 주인이 바뀌었다. 한영균 대신증권 도쿄사무소장은 "일본 대형 증권사는 대부분 은행이나 외국계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일본 증권업계는 이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재편됐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개편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도화선은 온라인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의 거센 도전이다. 일본 금융청 집계에 따르면 마쓰이 이트레이드 DLJ다이렉트 등 6개 온라인증권사는 전체 주식매매(개인) 중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 등 외국계는 M&A,부실채권 처리,파생상품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올들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3월 10% 수준에서 최근 17%로 높아지면서 위탁매매 부문에서도 외국계의 강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 증권사는 이에 대응,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감량경영과 수익구조 재정비가 핵심이다. 직원감축,지점폐쇄 및 통폐합,인건비 삭감 등이 상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대형사들은 주식 비중을 낮추고 자산관리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중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다이와증권은 중국 증권사와 합작으로 기업공개(IPO) 및 M&A 주선 등 투자은행 업무를 주로 하는 현지 증권사를 세웠다. 노무라는 중국A증시 참여 자격을 땄다. 최근 주식시장 호조는 일본 증권사에 재도약의 기회를 주고 있다. 9월 말 반기결산 결과 19개 상장증권사가 모두 흑자를 냈다. 하지만 증권업계가 '턴 어라운드'에 성공했다고는 아무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시적인 회복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 상시 구조조정의 한가운데서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도쿄=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