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의 소액주주 손해배상인정 여부에 대한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서 달라진 것은 현행법상 시세조종으로 인한 배상액 산정방식에 대해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부가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시세조종 종료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주가의 '거품'이 빠지는 '선순환'이 일어나 주가가 정상흐름을 되찾는다는 이른바 '주식시장 선순환'이론을 적용했다. 이같은 방식을 따를 경우 '시세조종 중단직전 주가'와 '선순환 종료후 주가'의 차액을 손해액으로 계산해야 하는데 시세조종 기간에 주식을 샀다 팔거나 선순환 종료후 주식을 샀다 판 투자자들은 손해와 시세조종간의 인과관계 입증이 안된다. 1심 재판부는 54명의 투자자중 5명은 시세조종기간에 매수와 매도를 모두 했고 나머지 49명은 선순환 종료후 매수와 매도를 모두 했으므로 '시세조종으로 고평가된 주가가 선순환으로 하락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본 경우'로 볼 수 없고 시세조종과 손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거품'이 있는 주식을 산 사람은 '거품'이 있는 동안 주식을 팔았고 '거품'이 빠진 뒤 산 사람은 정상주가대로 거래한 것이므로 손해가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같은 '주식시장 선순환' 이론은 근거가 없으며 '선순환 종료' 후에도 '거품'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1만4천원대 현대전자 주식이 조작에 의해 3만4천원까지 올랐다면 시세조종이 끝나도 여전히 고평가된 상태에서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시세조종이 시작된 98년 4월 이전 일정기간의 종합주가지수와 전기기계업종지수, 유사업체인 삼성전자 주가 등 3가지 데이터로 함수를 산출했다. 이 함수가 같은 기간 현대전자의 정상주가 흐름을 설명할 수 있으면 의미있다고 볼 수 있고 이렇게 구한 함수로 실제 시세조종이 일어난 기간의 현대전자 '정상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구한 '정상주가'와 시세조종의 영향을 받은 '실제주가'의 차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으면 현대증권측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했고 원고들의 청구액은 대부분 인정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