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지난 10월 일임형 랩을 선보일 때만 해도 성공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는 등 개인들의 증시 이탈이 심각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과거 증권사 직원들의 잦은 단타매매 관행도 신상품 판매에는 부담요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증권사 일임형 랩 담당자들 스스로도 랩 어카운트 판매속도와 규모에 놀라면서 시중부동자금의 증시 유입을 촉진시키는 주도적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증시 U턴'물꼬 트나 일임형 랩의 고객은 대부분 은행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옮겨오고 있다는 게 증권사 분석이다. 기존 고객이 단순히 계좌만 바꾸는 게 아니라는 것.일임형 랩 판매 이후 고객예탁금이 2천억원 이상 늘어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기헌 대우증권 자산운용팀장은 "일임형 랩 판매금액은 고객예탁금에 포함된다"며 "최근 고객예탁금이 늘어나는 것도 이 상품의 판매금액 증가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거액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증시에 청신호를 던져주고 있다. 삼성증권은 9일 현재 일임형 랩 판매액 가운데 5억원 이상 자금만 가입할 수 있는 '시장초과 수익형'규모가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권 삼성증권 랩 운영팀장은 "이 상품은 연 7% 이상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여윳돈이 많은 고객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일임형 랩이 인기를 끌면서 증권사들의 고객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내년 1분기까지 판매금액을 1조원대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머니매니저 영입 등 전문인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최근 고객이 원하는 금액을 수시로 넣을 수 있는 자유적립식 랩을 내놨다. 동부증권의 경우 원금 손실이 생기면 일정기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굿모닝신한 메리츠 교보 한화 등도 조만간 랩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맞춤형 서비스가 비결 일임형 랩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운용 투명성을 꼽을 수 있다. 펀드와 달리 고객이 실시간으로 편입종목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증권사가 직접 책임지고 고객성향에 맞춰 자산을 관리해준다는 점도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 그러나 아직까지 판매기간이 짧다는 점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임형 랩은 증권사가 자산관리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나온 상품"이라며 "아직 운용시스템과 성과 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