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주문 물량을 잡아라.' 국내외 은행들이 한은의 외환 매매주문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은 주문물량을 확보할 경우 짭짤한 수수료 수입은 물론 자체 외환 매매전략을 세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외환시장에 개입(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거나 파는 것)할 때 달러 매매주문을 직접 낼 수 없어 반드시 국내외 은행을 통해야만 한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올들어 달러 약세로 인해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한은으로부터 나오는 달러 매매주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외국계 은행에선 최근 경력직 외환브로커를 채용할 때 아예 '한은과의 친밀성'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외 은행들이 한은 주문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한은의 달러 매매물량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이로 인한 수수료 수입이 예전에 비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 빈도가 잦고, 개입 강도도 세졌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일부 국책은행으로 제한됐던 한은의 시장개입 창구가 최근에는 외국계 은행과 지방은행 등 10여군데로 다양해졌다. 외환시장에서 '큰형님(big brother)'으로 통하는 한은의 움직임을 미리 엿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국내 은행 딜러는 "한은 물량을 확보하면 외환당국이 어떤 입장인지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어 적어도 딜러가 크게 손해를 볼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