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신탁 업계에 "빅뱅"의 파고가 몰아닥치고 있다. 첫 총성은 현투증권(옛 현대투신)의 해외 매각에서 울렸다. 현투증권의 경영권을 거머쥔 미국 푸르덴셜그룹은 일약 한국 투신시장의 리딩컴퍼니로 부상했다. 정부 비호아래 있던 한투 대투 현투등 투신 빅3와 재벌계열 투신사,은행계 투신사등 3각 체제로 나눠졌던 국내 시장은 이제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대외신인도를 잃은 투신시장의 현 주소를 틈타 외국계가 국내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아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외국계 공룡의 등장 국내 시장에 외국자본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 현투증권 경영권을 갖게 된 푸르덴셜이 제일투신을 인수,두 회사를 합병하면 총수탁고가 21조7천9백억원에 달하는 대형투신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삼성투신(총 수탁고 21조1천2백억원)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선다 시장점유율이 15.27%에 이르는 새로운 외국계 '공룡'이 탄생하는 셈이다. 전체 투신사 33개사 가운데 외국계는 12개사로 늘어나게 됐다. 외국계의 수탁고 비중은 전체의 40.40%에 이른다. 지난 2년여간 간접투자 시장은 축소일로를 걸었지만 외국계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미국 피델리티의 국내 진출,외국계 투신사들의 기존 투신사 추가인수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국내시장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손으로 넘어갈 것이란게 업계의 관측이다. 강창희 PCA투신 투자교육연구소장은 "국내 투신시장도 일본처럼 외국계만의 각축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자본의 빛과 그림자 외국 자본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신뢰가 무너진 투신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음으로써 간접투자시장이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선진금융 노하우가 들어오는 채널 역할을 담당해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무리한 외형 경쟁,허술한 리스크관리,원칙없는 자산운용 등으로 낙인찍혀 있는 국내 시장을 하루빨리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외부 수혈'은 불가피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외부수혈에 그치지 않고 '안방 독차지'로까지 이어질 경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주식유통시장의 주도권은 외국인에게 넘어갔다. 외국인은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회장은 "미국 사례에서 보듯 자본시장이 발달될 수록 투신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기업 지배력은 강화되게 마련"이라면서 "대기업들이 외국계 투신사의 경영 간섭을 받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유통시장의 직접보유 지분을 통한 경영 간섭뿐만 아니라 투신사 펀드의 의결권을 통해서도 기업의 경영을 좌지우지할 상황이 닥쳐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기관투자가인 투신사마저 외국계가 장악할 경우 증시를 통한 자금배분 등 자본시장의 주요 기능이 모두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