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처리 방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는 현대증권 매각을 통해 2천억∼3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인 데 반해 현대그룹은 "현재 규정에 맞춰 대주주로서 책임분담금을 내는 것으로 현투 부실 책임을 매듭짓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5일 "고(故) 정몽헌 회장의 매각 약속은 법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증권을 팔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그룹과 KCC그룹 간의 경영권 분쟁도 미해결이어서 현대증권 문제에 대한 양측 이견이 어떻게 조율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정부, "예보가 신주 인수 후 제3자 매각" 정부는 현투증권 매각을 위해 투입되는 2조5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대주주인 현대증권을 그룹으로부터 분리해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증권이 신주를 내국인에게도 배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치도록 요구하고 예금보험공사가 현대증권이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규모와 발행가격은 현재 최대주주인 현대상선(16.63%)을 제치고 1대주주에 올라설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김용환 금감위 증권감독과장은 "할인 발행을 통해 예보가 인수한 주식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해 얻은 차익으로 공적자금의 일부를 회수할 것"이라며 "할인율은 통상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때 적용되는 할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그룹, "책임분담금으로 해결하겠다" 현대그룹과 현대증권은 부실 금융회사 대주주의 책임분담금을 내는 것으로 현투증권에서 손을 털겠다는 입장이다. 부실 금융회사 대주주의 책임분담금 산정 기준에 따르면 현대증권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1천억원을 약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금감위 기준에 따르면 현대증권이 내야 할 부담금은 현투증권 부실액(최대 2조5천억원)의 절반인 1조2천5백억원에서 최소 부담률 33%를 적용한 4천1백25억원. 이마저도 현금으로 부담하는게 아니라 예보채나 증금채를 매입토록 돼 있다. 현대증권은 이를 할인 매각하면 실제 부담률은 27%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현대증권은 1천1백억원 정도면 현투증권 부실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 정부의 압박 전략과 현대의 반박 정부는 현대증권이 분리 매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선물업 겸영을 불허하는 등 압박을 가할 방침이다. 현대증권은 이미 현대생명 부실 때문에 신상품인 장외파생상품이나 랩어카운트를 취급하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그러나 "신주 발행은 주식가치 희석화를 초래해 기존 주주이익에 배치되고 이사회가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결의할 경우 배임에 해당돼 이사들이 사후 책임을 지게 된다"고 난감해 하고 있다. 또 현투증권의 부실에는 △지난 1989년 증시부양 조치와 △한남투신 인수 △대우채 처리과정 등 정부의 책임도 크며 현대 계열사들이 이미 9천억원 이상을 현투에 출자한 마당에 분리 매각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항변하고 있다.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은 "당장 정부가 현대증권 이사회에 신주발행을 요구할 법적 근거 자체가 없다"며 "모든 소액주주의 이익도 고려해야 하는 경영진으로서 매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금감위도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김용환 과장은 "(현대증권 분리 매각은) 고 정몽헌 회장의 약속이며 금융회사의 기본은 신뢰"라고 반박할 뿐이다. 따라서 현재 1천억원을 소폭 상회할 것으로 추산되는 현대증권의 대주주 부담금을 높여 정부가 현대증권 매각을 통해 회수하려는 금액(2천억∼3천억원)에 근접시키는 방향으로 양측의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