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큰 손실을 보고 주식투자를 접었던 은행원 P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은행을 찾는 다양한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 주식을 살 때가 아닌가 하는 감이 조심씩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초에 비해 이미 주가가 너무 올라서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일단 참고 관망하기로 했다. 하지만 P씨가 기다린 조정장은 오지 않았다. 그가 망설이는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어느덧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800선마저 훌쩍 넘어서 버렸다. 조바심이 난 P씨는 이제라도 추격 매수에 나서려고 하지만 어떤 종목을 사야할지 여전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상승장을 이끌었던 IT(정보기술) 수출주를 사려고 하니 '지금 가격에서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든다. 소외됐던 은행 보험 유통 등 내수주는 여전히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증권 전문가들은 현재 지수대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 종목 가운데는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알짜배기' 종목이 적지 않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강세장의 특징은 오르는 종목만 올랐다는 점이다. 아직 시장의 관심권에 들지 못한 진짜배기들도 널려 있다는 뜻이다.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관망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현저히 저평가되었거나 △높은 배당수익이 기대되고 △외국인 매수가 들어올 가능성이 큰 종목 등을 고르라고 조언하고 있다. ◆ 저평가된 종목을 노려라 주가가 적정가에 못 미치는 종목들도 아직 많다. 삼성증권은 올해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10개 종목을 추천했다. PER(주가/주당순이익)는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올해 예상 PER가 3.8배로 가장 낮았다. 동국제강은 최근 누적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실적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 INI스틸 대원강업 현대산업개발 태영 현대해상화재 등도 PER가 5배 미만인 것으로 추정됐다. 또 LG건설 코리안리 한섬 대웅제약 역시 5배 수준에 불과했다. ◆ 배당 수익도 짭짤하다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배당유망 종목에 안전하게 베팅하는 것도 좋다. 삼성증권은 포항강판이 지난해 수준의 배당을 올해에도 한다면 배당수익률이 8%를 넘을 것으로 분석했다. 대신증권 역시 포항강판은 지난해 배당성향(총배당금/당기순이익)이 35%나 되는 유망 배당투자 종목이라고 추천했다. 또 인지컨트롤스 부산도시가스 등이 6%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한국가스공사 동국제강 LG건설 등은 5%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증권은 전망했다. 특히 동국제강과 LG건설의 경우 PER가 낮은 동시에 기대 배당수익률도 높아 '꿩먹고 알먹기'식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외국인보다 먼저 사둬라 연초에 비해 외국인 지분율이 감소한 우량 종목들을 타깃으로 잡는 것도 괜찮다. 외국인이 다시 '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이같은 선취매 유망 종목으로 신세계 대구백화점 하이트맥주 삼성SDI 한샘 LG생명과학 등을 꼽았다. 업종 대표주인 삼성증권은 연초 32.3%에 달하던 외국인 지분율이 현재 20%대 초반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금강고려화학 역시 31.7%에서 22.5%로 지분율이 감소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이들 종목은 단기실적 악화 등 돌발악재로 외국인 지분율이 준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펀더멘털은 건실한 만큼 매수세가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