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7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42만주(7.5%)를 시장에서 직접 매입함으로써 현대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지분확보전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식 매입으로 KCC 정상영 명예회장측은 범 현대가의 지분을 포함에 총 38.5%의 엘리베이터 지분을 갖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지분까지 합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 50%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의 1인 대주주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 어머니)의 지분은 현재 18.6%.여기에 현대증권 지분 및 자사주를 합쳐도 현정은 회장쪽이 행사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은 25.2%로 정상영 명예회장측보다 훨씬 적다. 이제 재계의 관심은 정상영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한 범 현대가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실력행사에 들어갈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정상영 명예회장의 한 측근은 "언제든지 경영권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엘리베이터 지분을 확보한 만큼 조만간 가족 모임을 통해 경영권 구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퇴진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KCC가 이날 엘리베이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함에 따라 현대그룹측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상대방 의중을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주식 매입 과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영권을 갖기 위해 사모펀드를 동원한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줄곧 중립적인 입장을 지켜온 형제들이 삼촌(정상영 명예회장)의 뜻을 받아들일 조짐을 보이자 더욱 초조해하고 있다. 현 회장측은 최악의 경우 표대결을 염두에 두고 엘리베이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KCC 쪽이 지분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치솟아 지분율을 높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측이 경영권을 쉽게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정상영 명예회장의 '섭정' 얘기가 흘러나오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현정은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지킨다고 해도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부담이 남는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의 주력 기업들은 사업의 성격에 비춰볼 때 범 현대 일가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극한 싸움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대그룹측이 정상영 명예회장의 의사를 받아들여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어가는 것. 이 경우 경영권 다툼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정 명예회장의 경영자문을 받으면서 현대그룹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양상을 띠게 될 전망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