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가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017800] 지분 12.82%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현대그룹이 지배구조 변동 여부를 둘러싸고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현재로서는 이 펀드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증권가일각에서는 한때 현대그룹에 대한 `섭정'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던 KCC의 정상영 명예회장측일 가능성을 제기, 본격적인 `지배권 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매입 주체가 정 명예회장측이 아닌 제3자인 경우더라도 이번 지분 매입은 현대그룹 전체의 경영권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대그룹과 현대엘리베이터는 진상 파악에 나서고 있으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누가, 왜 지분 샀나 = BNP파리바투신운용은 지난달에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71만9천330주(지분율 12.82%)를 장내 취득했다고 지난 4일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BNP파리바투신운용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였으나 누가 자금을 맡겼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이 펀드의 수익자는 외국인이 아니라 국내 개인 투자자"라고 밝혔다. 일단 현대엘리베이터는 최대주주인 김문희씨나 현정은 회장을 비롯, 현대엘리베이터가 우호지분 확보 차원에서 사들인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고 정몽헌 회장 사망 직후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방어에주력해온 KCC 정상영 명예회장이거나 제3자일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현 회장의 취임을 전후로 그룹 지배권을 둘러싼 현 회장측과 정 명예회장측간의 마찰설이 간간이 흘러나왔었다. KCC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매입한 것은 전혀 없다"며 "정명예회장이 개인 차원에서 사들였는지 여부는 회사로서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경영권 경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매집한 지분을 지렛대로 삼아 어느 한쪽과 협상을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제3의 세력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어느 한쪽과 협상을 해서 경영을 하거나 그린메일(경영권이취약한 대주주에게 비싼 값으로 보유주식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는 일)을 시도할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배구조에 어떤 파장 미치나 =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존 대주주 지분은현정은 회장이 의결권을 위임받은 대주주 김문희씨 18.6%, 현대증권 4.9%, 현대중공업 2.1%, 자기주식 1.2%, 자사주 펀드 0.5% 등 27.4%이다. 이에 더해 지난 8월 중순 정상영 명예회장의 KCC측 3.1%, 정몽근 회장의 현대백화점 계열 2.92%,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정순영 성우그룹쪽의 현대시멘트 0.53%,정상영 명예회장의 매제인 김영주 명예회장측의 한국프랜지 2.72%, 울산화학 1.93%,현대종합금속 4.99% 등 `범현대가' 9개 계열사가 16.2%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현재 정상영 명예회장이 거느리는 KCC지분은 3%대에 그치고 있지만 정 명예회장이 나머지 `범현대가' 계열사들이 매집했던 13.1%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받는 경우에는 대주주인 김문희씨 지분(18.6%)에 맞먹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외국인 지분 매입에 맞서 현대그룹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사들였던 `범현대가'의 지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현대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적수'가 될 수 있다. 제3세력이 매집주체일 경우에도 사들인 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 영향을 행사할것인지, 어느쪽에 지분을 되팔 것인지에 따라 지배권 구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정은 회장이 최근 "정 명예회장이 주요현안에 대해 조언을 계속 해주실 것"이라며 정 명예회장이 우호세력임을 강조한 바 있어 과연 정 명예회장이 경영권 및 지분경쟁을 염두에 두고 주식을 샀겠느냐는 시각도 일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 대응책 마련 `초비상' =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의 지분 매집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한 현대그룹 전체는 상황을 파악하며 대응책 마련에 긴박하게 돌아갔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우리쪽의 우호지분은 아닌 것으로파악되고 있어 엘리베이터와 그룹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라며 "불안감과 긴장감이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룹 경영전략팀 고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그룹측은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현대그룹은 지난 달 21일자로 고 정몽헌 회장의 미망인인 현정은 여사를 신임회장으로 전격 선임했으며 현 회장은 27일부터 정상출근, 업무파악에 분주한 상태다. 그룹에서는 이번 지분 매입에 대해 매우 말을 아끼고 있으나 갓 출범한 `현정은체제'가 흔들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