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추세적으로 하락세가 지속됨에 따라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이중고'가 되고 있다. 앞으로 원화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최근 대내외 외환시장에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몇가지 사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달러화 약세 국면이 지속되는 플라자 체제가 다시 태동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들어 국제외환시장에서 플라자 합의가 다시 오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간의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가 세계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1985년 플라자합의 당시와 다른 점은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이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신플라자 체제가 올 것인지'가 중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처럼 중국이 현 환율 수준을 고수해 선진국 요구에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신플라자 체제가 태동돼 달러 약세 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국이 국제적인 요구와 자국 내 풍부한 외환시장을 감안해 위안화를 평가절상할 경우 신플라자 체제는 논의 차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한다면 위안화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한나라 통화가치의 적정수준을 따지는 환율구조모형, 경상수지균형모형, 수출채산성모형과 같은 방법을 통해 위안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따져보면 달러당 6.9~7.0위안으로 추정된다. 현 중심환율은 적정수준보다 20% 저평가된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경우 위안화 가치는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 가치가 평가절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현재 중국이 처한 여건과 정책 추진일정을 감안하더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우선 시장여건을 보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400억달러를 넘는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제2선 자금(back-up facility)인 홍콩의 외환보유고까지 감안하면 4,500억달러에 달한다. 이런 외환사정이라면 중국 자체적으로도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79년 이후 수출지향 정책을 통해 고도성장을 해 온 중국은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800달러를 넘어 유효구매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일본을 앞서 미국의 최대 적자국이 된 점을 감안하면 수출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런 점을 간파한 중국은 99년 하반기부터 내수시장을 겨냥한 경제대국형 성장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성장전략 수정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내부적인 재원 동원 능력을 감안할 때 당분간 외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외자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을 통해 자금공여국에 환차익을 제공해야 한다. 만약 현시점에서 위안화 가치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인접국과의 통상마찰도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의 최대 적자국이 된 중국이 위안화 절하와 현 환율 수준 유지를 통해 수출을 늘릴 경우 미국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 올 들어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에 일본보다 미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들의 중국진출로 제조업 공동화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또 위안화 가치가 절하될 경우 인접국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통화를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닥칠 경우 세계적인 통화마찰과 중국으로서도 위안화 절하에 따라 기대하는 경쟁력 개선 효과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중국 자체적으로도 미국의 요구대로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상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히 있다. 만약 이런 여건을 무시하고 중국이 자국만의 이익을 위해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하거나 그대로 유지할 경우 궁극적으로 중국경제로 봐서도 악수를 두는 셈이다. 원화 환율의 향방을 알아보기 위해 또 하나 고려해야 할 변수는 원/엔 동조화 추세다. 올 하반기 이후 원/엔 동조화 계수는 0.90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조화 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원화와 엔화 환율이 그만큼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의미다. 원인은 무엇인가. 원화의 국제화, 보유외화의 다변화, 경제구조의 취약성, 시장참여자의 훈련 정도 등 외환시장의 인프라가 취약한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시장참여자들의 훈련이 안돼 있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자를 중심으로 원/엔 동조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을 강조하고 있으나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 엔화 환율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일부 기관들은 달러당 100엔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을 1대10으로 가정한다면 원화 환율은 1,00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을까. 최대 엔화 환율 변화 요인인 미ㆍ일간의 성장률을 놓고 본다면 엔화 환율이 100엔 밑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지속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올 3/4분기 이후의 미국 경제성장률이 4% 이상으로 전망돼 일본경제를 다시 앞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엔화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되는 것은 미국과 일본경제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경제 입장에서 과도한 달러 약세는 '역자산 효과'(달러 약세 → 자본이탈 → 주가하락 → 자산소득 감소 → 소비위축 → 경기침체)로, 일본경제 입장에서는 지나친 엔화 강세는 엔고(高)에 따른 디플레 효과를 일으켜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외화수급 면에서도 수출호조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서비스수지의 적자폭을 감안하면 경상수지에서 원화 환율을 크게 떨어뜨릴 만큼 흑자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도 북핵문제, 노사불안 등으로 내년 총선 때까지 신규로 한국증시에 투자하는 문제는 기다려 보자는 것이 요즘 국제금융시장의 분위기다. 원화가치와 경제여건간의 괴리를 발생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투기적 성격의 외자유입을 들 수 있으나 언제든지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상당규모가 환차익을 겨냥한 투기적인 성격이 짙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 외환시장은 원화 환율수준보다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환위험 관리를 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