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동원증권이 유럽계인 소버린자산운용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SK(주)의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가 해외에 보관(파킹)해놓은 SK(주)지분 1천만주(7.8%)를 SKC&C SK케미칼 등 그룹계열사와 대주주측이 되사들이는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 동원증권이 이 회사 지분 1백만주와 1백10만주를 매입했다. SK그룹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 계열인 하나증권도 SK 주식 1백20만주를 산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대해 증권업계는 SK그룹이 소버린 등 외국인 주주와의 지분 경쟁에 대비,국내 기관투자가들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한 것으로 풀이했다. 증권업계에선 내년초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외국계와 SK그룹 양측의 SK(주)지분확보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동원·하나증권의 매입 배경 미래에셋 동원 하나증권 등은 독립적인 금융 그룹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SK그룹이 이들 세 그룹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인 것도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한 투신사 사장은 "최근 LG그룹이 하나로통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다른 대그룹이 외국계인 뉴브리지-AIG컨소시엄에 손을 들어준 것이 SK에 교훈을 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SK지분을 인수한 이들 금융회사는 투자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동원증권 관계자는 "여유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투자목적에서 SK(주)지분을 인수했다"며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란 시장의 소문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SK투신 인수를 계기로 SK그룹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기로 한 미래에셋 관계자는 "SK(주)의 주가는 당시 자산가치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었다"면서 "미래에셋증권의 지분매입은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동원·하나증권이 해외에 파킹된 SK(주)지분을 사들인 가격은 지난 10월10일 종가인 주당 1만7천8백원선이다. 20여일만에 4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각 회사별로 70억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비록 동원과 미래에셋이 백기사 역할을 할 뜻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SK(주)가 외국인 투자자들과 표 대결에 들어갈 경우 이들은 SK측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외국자본과 국내자본의 지분경쟁 SK측이 해외파킹 지분 매입과 우호세력을 잇따라 확보함에 따라 내년초 SK(주)주주총회에서 양측의 표대결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외국인 지분은 소버린자산운용 14.99%를 포함해 40.64%에 달한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정기주총을 앞두고 소버린측은 이미 우호세력을 확보하는 등 표대결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측이 서둘러 해외 파킹지분을 되사들이는 동시에 우호세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도 표 대결의 심각성을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SK그룹이 해외 파킹지분 매입 후 외국인이 다시 매수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양측의 지분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20일 이후 장내에서 SK(주) 주식 4백16만주(3.28%)를 추가로 매집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