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식욕이 되살아나고 있다. 외국인은 29일 하루동안 5천3백5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미국 경제의 회복과 뉴욕증시의 상승세가 유지되는 한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행진은 최근 잇따르는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소각,그리고 대주주 지분매입과 맞물리면서 '우량주 품귀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박승원 서울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유통물량이 줄어든 대형주의 주가 움직임이 가벼워지고 있다"면서 "상승 모멘텀이 생길 경우 매물공백속에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듭되는 '바이 코리아' 안승원 UBS증권 상무는 "글로벌 경기회복의 최대 수혜지역은 아시아이며 그중에서도 한국증시가 가장 덜 올랐다는 점이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은행주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것도 일본 대만 홍콩증시의 은행주보다 덜 올랐다는 가격메리트가 가장 큰 배경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지난 8월 1조9천억원에서 9월 1조5천억원으로 소폭 줄어들다 10월 2조5천억원대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연말이 가까워질 수록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될 수 있지만 매수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모건스탠리 관계자는 "올들어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다고 해서 끝물에 다다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동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품귀현상 나타날까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는 우량주의 품귀 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과 기관이 내놓은 우량주를 장기투자성향의 외국인이 '사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 5월말 이후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무려 13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LG전자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등 핵심 블루칩의 물량이 그만큼 유통시장에서 사라진 셈이다. 올들어 대형주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2조6천억원이었던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올들어 10월까지 3조7천억원으로 늘어났다. 최근 현대자동차 한화 등 대주주가 지분을 추가매수하는 곳도 적지 않다. 외국인 순매수,상장사의 자사주소각,대주주 지분확대 등을 감안하면 올들어 15조원 이상의 주식이 유통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증권 박 팀장은 "외국인 매수와 개인·기관 매도의 현재 패턴이 장기화될 경우 나중에 국내 투자자들은 블루칩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품귀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