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취임한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미망인 현정은씨측과 KCC측의 지분 경쟁이 이 같은 상승세의 한 요인이라는 해석이 증권가에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3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6.71% 올랐다. 시장이 급락했지만 전일 7.37% 급등하는 등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펀더멘털 차원의 분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SK증권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올해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13.1%와 23.4% 증가한 3천5백22억원과 4백9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회장측이 지배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분 늘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 회장은 어머니인 김문희씨가 가지고 있는 18.57%의 지분으로 현대엘리베이터를 지배하고 이 회사를 통해 현대상선 현대택배 현대증권 등에 대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주가급등으로 상장회사인 엘리베이터·상선·증권 3사의 시가총액만 1조7천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18.57%의 지분은 정상영 KCC(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 측 지분(16.20%)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비율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증권업계는 현 회장측이 상속받을 고(故) 정 회장 소유의 현대상선지분 4.9%를 매각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매각대금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더 사들일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현 회장의 취임이 KCC측과의 충분한 협의없이 이뤄진 것이라는 풍문이 흘러나오며 지분경쟁을 의식한 투기적인 매수세도 가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금강고려화학의 주가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열회사 명의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대거 사들인 만큼 현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보유지분을 순순히 넘기기도 어렵다는 분석도 가세하고 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