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와 환율이 22일 일제히 폭락했다. 엔화ㆍ원화 등 외환시장이 급락세를 선도했고 올 들어 지속적으로 매수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각국 증시에서 매도세로 돌변하면서 주가가 동반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지난 주말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환율 조작에 강력한 불만을 피력, 이를 의식한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면서 이같은 동반ㆍ연쇄 폭락 현상이 촉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환율 급락이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경기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사태 추이를 주시하며 적절한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엔화 환율ㆍ닛케이 주가 =이날 동아시아 금융시장 혼란을 주도한 것은 엔화 환율 급락(엔화가치 급등)이었다. 지난 주말 달러당 1백13엔까지 수직으로 떨어졌던 엔화 환율은 이날 도쿄시장에서 지난 2000년 12월 이후 최저치인 달러당 1백11.37엔까지 하락했다. 이후 하락폭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지난 주말보다 3.04엔 하락한 1백12.20엔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시장에서도 장중 한때 1백11.39엔까지 떨어졌다. 닛케이 평균 주가는 엔화 환율 급락이 최근 일본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수출 관련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 들어 최대 낙폭인 4백63.32엔이나 떨어진 1만4백75.10엔에 장을 마쳤다. 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1%이상 큰폭으로 하락했다. 뉴욕 증시 다우지수도 장중한때 99.80(1.03%)포인트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등 선진국의 주된 공격 대상인 중국 위안화 선물가격도 이날 급등세를 보였다. ◆ 원화 환율ㆍ국내 주가 ='환율 쇼크'에 따른 투매 현상이 일면서 한국 증시는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종합주가지수는 33.36포인트(4.46%) 급락한 714.89, 코스닥지수는 2.34포인트(4.84%) 떨어진 46.03에 마감됐다. 투자 분위기도 급속히 냉각됐다. 특히 원ㆍ달러 환율이 오전부터 달러당 1천1백50원까지 하락함에 따라 수출 둔화 및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삼성전자 등 수출 관련주에 투매 물량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6.28% 급락하며 40만3천원에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동안 원화 환율 급락을 기다려온 측면이 없지 않았던 만큼 본격적인 매도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 환율은 16원80전 떨어진 1천1백51원20전에 마감됐다. 당국은 1천1백50원을 방어하기 위해 시장에 직접 개입해 5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 ◆ 전망 =동아시아 지역의 환율 쇼크는 그 동안 인위적으로 저지됐던 통화가치 상승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당분간 기조적으로 환율 하락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엔화는 최악의 경우 달러당 1백엔, 원화는 1천1백원선에서 하락을 멈출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는 분위기다. 우종근ㆍ이상열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