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아시아환율 협공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 EU는 지난 주말 G7 재무회담에서 연합전선을 구축,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4국의 통화절상문제를 최대 의제로 다뤘다. 이에 따라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 "세계 주요국은 유연한(flexible) 환율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G7성명이 채택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엔 원화 등 아시아 통화가치는 급등하고 있다. ◆ 개별 작전에서 협공으로 =그동안 미국과 EU는 독자적으로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가치의 절상을 요구했다. 지난 6월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위안화 평가절상문제를 처음 거론한 이후 3개월 동안 미국과 EU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의원들은 개별 차원에서 중국 일본 한국 대만에 대해 시장개입을 통한 환율조작 중단 및 통화가치 절상 압력을 가했다. 미국측에서는 스노 장관을 필두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상하원 의원들, 전미제조업협회 등 미 기업들이 위안화 평가절상과 동아시아 4국의 환율 조작 중단을 촉구했다. EU에서는 재무장관과 무역장관,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아셈(아시아유럽정상회의) 재무장관 및 무역장관회의를 통해 동아시아에 4국에 대해 "달러 약세의 부담을 공유할 것"을 요구하며 통화절상 압력을 넣었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과 EU의 각개전투는 위안과 엔 원화 등 아시아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 그러자 미국과 EU는 지난 2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G7회담에서 손을 잡고, 아시아 통화가치 절상을 겨냥한 공동선언문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 '적절한 환율'에서 '유연한 환율시스템'으로 =협공의 파워는 상당했다. EU의 지원 하에 스노 장관은 그토록 원하던 '유연한' 환율제도라는 용어를 마침내 국제사회에 심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는 이달 초 방콕에서 열린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재무회담에서도 이 용어를 선언문에 넣으려고 애썼지만, 일본과 중국 한국 태국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신 아시아 국가들의 목소리에 눌려 '적절한(appropriate)' 환율정책이라는 말을 APEC 선언문에 넣는데 만족해야 했다. '유연한'과 '적절한'의 두 용어가 지니는 의미는 크게 다르다. 전자는 중국에 대해서는 고정환율제 폐지를, 일본 한국 대만에 대해서는 시장개입 중단을 의미한다. 즉 환율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시장환율주의'의 선언이다. 후자는 국별로 알맞은 환율정책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사실상 시장개입을 용인해 주는 용어다. 외환 전문가들은 22일 '유연한'이라는 단어가 진짜로 겨냥한 것은 중국 위안화지만,실제 시장에서는 엔 원화 등 다른 아시아 통화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