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실적 호전과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효과에 힘입어 일본 상장사들의 자금사정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백30개 3월 결산법인(금융업 제외)을 대상으로 2004년 3월 결산기의 캐시플로(순현금수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9조8천억엔의 흑자가 예상된다. 이는 10조엔에 육박했던 지난 3월 말 결산 때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라크전쟁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 등으로 올 상반기 영업에 큰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일본 상장사들은 자금 운용에 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자금사정이 호전되는 기업은 전자·전기업종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 3월 결산에서 5백33억엔 흑자에 그쳤던 후지쓰는 2004년 3월 결산에서 1천억엔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NEC는 2천3백59억엔이었던 흑자 규모가 3천억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동통신회사 NTT도코모의 흑자 규모는 지난 3월보다 약 1천3백억엔 증가한 8천4백억엔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후지쓰와 NTT도코모는 대규모 인력 감축 등 2002년을 전후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단행한 고강도 구조조정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자금사정이 좋아지고 있다. NEC는 구조조정 효과와 함께 휴대전화 단말기 등 정보통신기기 판매 호조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자금사정은 지난 3월 결산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지만 풍부해진 돈의 사용패턴은 달라지고 있다. 캐시플로의 상당부분을 부채 상환에 충당했던 지난해와 달리 생산라인 증설 등 공격적인 투자활동에 투입하는 기업이 부쩍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샤프의 경우 캐시플로 흑자가 소폭 감소할 전망이지만 이는 액정화면 설비투자에 무려 1천7백80억엔을 투입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닛산자동차는 중국 합작공장 건설에 1천2백억엔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흑자 규모가 크게 증가한 기업 중 NTT도코모 등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