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 밖으로 급락해 미국 경제가 하반기부터는 본격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기대섞인 분석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가 발표한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에 비해 약간 개선될 것이라는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을 깨고 제법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기업투자 추세를 반영하는 내구재 주문의 증가와 신규 실업자 감소 등 경제 회복을 의미하는 최근의 통계에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증대됐다는 소식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했던 월가의 투자자들이 실망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소비자신뢰지수가 뜻밖의 하락을 기록한 것은 예상보다 회복이 더딘 노동시장의약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자들이 계속 위축될 지에 대해서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예상 밖의 급락=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76.6으로 전달의 83.5에 비해 7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대체로 이 지수가 85 안팎으로 상승할 것으로 앞서 예측했다. 7월의 실제 소비자신뢰지수는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위기감이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3월의 61.4 이후 최저 수준. 컨퍼런스 보드가 미국의 5천여가구를 대상으로 여러 항목에 걸쳐 경제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설문 조사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산정하는 이 지수가 하락한 것은 조사 대상자들이 현재보다는 미래의 경제상황에 대해 비관적인 평가를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미래의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기대지수는 86.4로 전달의 96.4에 비해 10 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면에 현재상황지수는 64.2에서 61.9로 하락폭이 훨씬작았다. 구체적으로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나쁘다는 반응이 28.1%에서 30.4%로 늘어난 동시에 좋다는 응답도 14.9%에서 16.3%로 증가했다. 그러나 6개월 이내에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밝힌 조사대상자는 20.2%로 전달의 23.5%에 비해 줄어든 반면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은 9.2%에서 11.5%로 늘어났다. ▲문제는 실업=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온갖 뉴스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자리가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꺾어놓은 결정적 이유가 된 것으로보인다. 컨퍼런스 보드의 조사에서 앞으로 6개월간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가구는 16.8%에 불과해 전달의 18.9%에 비해 하락했다.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응답은 31.9%에서 9년6개월만에 가장 높은 33.1%로증가했다. 반면에 일자리가 풍부하다고 밝힌 조사 대상자는 11.2%에서 10.5%로 줄었다. 지난주에는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5개월 반만에 처음으로 40만명 밑으로떨어졌다는 통계가 발표됐지만 대다수 분석가들은 일시적인 변동이라면서 큰 의미를두지 않았다. 더욱 장기적인 실업추세를 반영하는 7월 실업률은 9년만에 최고치였던전달의 6.4%에 비해 0.1%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의 린 프랑코 소비자연구센터 소장은 "증가하는 실업과 노동시장의 상황이 아직 바닥을 치고 돌아서지 않았다는 인식이 이달 소비자신뢰지수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호전되기까지는 소비자들의 기대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앞으로의 전망= 대다수 분석가들이 프랑코 소장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소비자들의 태도가 어느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지는 노동시장의 회복 여부가 관건인 것으로예상했다. 리먼 브라더스의 이선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머니 인터뷰에서 "스스로 지탱가능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존 행콕 파이낸셜 서비스의 오스카 곤살레스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은 후행성 지표이며 다른 경제지표들은 경제가 이미 회복 국면임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하반기 내내 회복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소비자신뢰지수의 하락이 반드시 소비 감소를 반영하지 않으므로 향후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성급히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9.11 테러 직후에도 소비자신뢰지수는 급락했으나 실제 소비는 그만큼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버트 윌리엄스태드 시티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시티그룹의 카드매출 추세를 보면 소비지출은 증가세"라면서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크게 꺾였다는 컨퍼런스 보드의 발표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컨퍼런스 보드 발표 후 주식시장은 약세를 나타냈지만 최근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로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채권 가격은 이날도 하락(수익률은 상승)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