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핫머니 논쟁이 또다시 일고 있다. 그것도 투기자금을 방지해야할 책임이 있는 주무부서간에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5월 말 이후 6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가운데 투기자금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다. 그 근거로 △미국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선물매도가 늘지 않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반면 재경부측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상당 규모가 단기차익을 노리는 핫머니 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경제의 기초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NDF시장에서 투자자금에 대한 위험회피(hedge)를 하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다. 누구 손을 들어 줘야 하나. 일반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투기자금이냐 투자자금이냐'는 판단은 두가지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하나는 운용기간 기준으로 1년 미만일 때는 투기자금,1년 이상일 때는 투자자금으로 분류한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에게 익숙했던 개념이다. 다른 하나는 투자원금 대비 총투자가능 금액비율인 레버리지(leverage)가 5배 이내일 때는 투자자금,그 이상일 때는 투기자금으로 분류한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후자의 개념이 더 보편적으로 쓰인다. 문제는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하는 각종 글로벌 펀드들이 갈수록 투기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5배 이내로 떨어졌던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비율은 이제는 10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다른 펀드들의 레버리지 비율도 종전에 비해서 크게 높아지고 있다. 또 투자대상과의 관계도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 바뀌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부분 글로벌 펀드들이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매입,가치를 올린 후 되파는 벌처펀드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올 하반기 증시의 최대 재료가 되고 있는 인수합병(M&A)도 대부분 경영권 취득을 목적으로 해 우호적 M&A와 적대적 M&A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추세다. 결국 금융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글로벌 펀드들의 속성상 투기와 투자자금의 구별은 이제 의미가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 금융수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떠나간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다. 한 나라 경제입장에서는 외국기업 유치와 외국인 직접투자 자금이 중시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욱이 지금은 본격적인 여름휴가철로 접어들었다. 이 때에는 시장참여자들이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시장이 엷어지는 것이 관례다. 과거의 경우 외국인 자금들은 여름휴가철을 틈타 투자이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사례가 많았다. 따라서 한국은행과 재경부가 최근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성격을 놓고 벌이는 논쟁은 사실상 큰 의미는 없다. 오히려 투자자와 국민들에게는 우리 증시의 안정을 책임져야할 두 주무부서가 이런 논쟁을 한다는 것은 정책핵심에서 벗어나는 것이란 인상까지 들게 한다. 앞으로 정책당국에서는 이미 들어왔거나 신규로 들어올 외국인 자금들의 성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투기자금'이라는 인식하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언제든지 외국인 자금이 이탈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97년12월∼98년3월에 유입된 약 4조9천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원화 환율이 2천원대에서 1천3백원대로 떨어지자(원화 강세) 일시에 빠져나가 종합주가지수가 600선에서 280선으로 폭락한 때도 있었다. 물론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액은 컸었다. 특히 지금은 여름휴가철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