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SK글로벌 채권단 회의에서는 국내채권단과 해외채권단이 가시 돋친 설전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해외채권단 수석대표인 가이 이셔우드는 "채권단이 보증채권자를 차별대우하는 내용으로 법정관리를 강행한다면 법적으로 대항할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 회사들의 대출비용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여신한도가 철회될 수도 있다"며 "삼성 현대 LG 등 한국계 대기업이 제공한 지급보증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부하직원에게 "가이 이셔우드에게 꼭 통역해 주라"고 지시한 뒤 상기된 얼굴로 쓴소리를 했다. 김 행장은 "금융인의 상식을 믿고 협상에 참여했지만 그 쪽(해외채권단)은 '1백%+알파'를 요구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으로 일관했다"며 "한국 기업 차별 운운하는데 대해서는 금융인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 얘기를 왜 했는지 분명히 해명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 행장은 또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셔우드의 발언은 사실상 협박"이라고 평한 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해외채권자를 우대해온 국내 금융계의 관행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뿌리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측 참석자도 이셔우드의 발언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삼성 현대 LG 등 국내 대기업에 대한 여신을 회수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그 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그러면 우리도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