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채권단이 24일 법정관리 신청결의를 내린데 따라 SK글로벌의 회생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채권단은 해외 채권단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이날 오전 채권단협의회에서 전체 채권액의 80.8%의 동의로 법정관리 신청을 결의하고 2주 내에 사전정리계획안까지 법원에 제출키로 했다. 법원이 채권단이 작성한 사전정리계획을 받아들여줄 경우 SK글로벌은 채무재조정을 통한 회생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청산될 가능성도 있다. 또 만약 해외 채권단이 협상에 다시 응해올 경우 법정관리 신청 계획이 취소될 수도 있다. ◆ 회생형 법정관리 신청 결의 채권단은 해외 채권단과의 의견 조율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SK글로벌을 법정관리로 보내기로 결의했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관계자는 "해외 채권단과 수차례 협상을 벌이며 수정 제안도 내봤지만 상대방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결의한 채무재조정을 통한 회생안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다만 금융기관들이 SK글로벌의 회생을 원하고 SK그룹의 지원안도 유효하기 때문에 청산형 법정관리가 아닌 사전정리계획안에 의한 회사정리절차 신청을 내기로 했다. 사전정리계획에 의한 법정관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첫 사례로 채권단이 채무재조정안 등의 회사정리계획안을 미리 작성해 제출하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글로벌로서는 채무재조정을 통한 회생이나 사전정리계획에 따른 법정관리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 회생형 법정관리의 걸림돌 회생형 법정관리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우선 증권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법정관리 신청 즉시 상장이 폐지되는데 이 경우 출자전환 등을 통한 채무재조정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채권단은 이에 대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거래소에서 퇴출시키면 기업가치가 훼손될 뿐 아니라 회생의지도 꺾인다는 점을 들어 상장폐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서울지법 파산부도 이 같은 규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SK글로벌이 상장 폐지될 경우 법정관리인으로 하여금 금감위를 상대로 `상장 폐지 취소 청구 소송'을 내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채권단이 마련한 사전 정리계획안을 법원이 얼마나 인정해 줄 지의 여부도 SK글로벌 회생 여부에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례가 없고 법원의 성향이 보수적인 점을 감안할 때 자칫 '참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과거 사례들처럼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SK그룹의 지원 문제도 소버린을 포함한 해외 대주주와 소액 주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넘어서야 가능한 부분이다. ◆해외 채권단 협상 재개 가능성 법정관리 신청 전에 해외 채권단과의 협상이 타결되고 다시 이전의 채무재조정안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해외 채권단 운영위원회 대표인 스탠다드 챠타드 은행의 가이 이셔우드는 이날 채권단협의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14일간의 협상 시한을 남겨둔 것은 현명하다(sensible)"라면서 "여전히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해외 채권단 관계자도 "법정관리 행은 국내.외 채권단 모두에게 손해 라면서 양측의 대표들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협상을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국내 채권단은 국내.외 채권단 동등 대우 원칙을 강조하며 해외 채권단이 캐시바이아웃(채권 현금매입) 비율 40%대를 수용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직행한다는 입장이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내 채권단의 회수율이 2%포인트가 량 떨어지지만 해외 채권단에 현금을 많이 내주거나 이들과 협상하느라 시간을 끌 경우 기업가치가 낮아질 것을 감안하면 지금 법정관리 들어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