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대표업체인 휴맥스가 야심찬 신사업 계획을 발표했으나 시장 반응은 냉담하기만하다. 16일 코스닥시장에서 휴맥스는 전일과 비교해 3.02% 하락한 1만9천2백50원을 기록했다. 이달 초 모토로라와의 제휴 가능성으로 급등세를 타던 주가가 15일엔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도로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3일만에 20% 가량 폭락했다. 이달 초 9%대였던 지분율을 15%대까지 높였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 14일 신사업발표 이후 매도물량을 내놔 지분율이 13%대로 다시 떨어졌다. 휴맥스가 주력인 셋톱박스의 성장성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한 신사업은 디지털TV와 홈미디어서버.연말까지 LCD TV,DVD리코더,디지털앰프 등 가전제품을 출시해 올해 50억원,내년에 1천5백억원의 매출을 각각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대부분 휴맥스의 신규 사업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선 대형 가전업체들과의 경쟁이 힘겨울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증권은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존 대형 가전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유통채널 등이 빈약한 휴맥스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증권도 같은 근거로 투자의견을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대우증권,한투증권 등도 한결같이 "신규사업이 성공할지 불확실하다"며 낙관적인 전망은 금물이라고 주장했다. 한화증권만이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을 뿐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시선은 더 싸늘하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신규사업 진출 효과가 그다지 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아예 주가가 더 오를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역시 "소비 가전제품의 경우 강한 소비자 인지도가 필요하다"며 신사업에 대해 '중립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UBS증권의 경우 아예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내렸다. 고정비용과 운영자본이 증가돼 기존 셋톱박스 사업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특히 "신사업 투자로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돼 주식매수나 배당증가의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고 강조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셋톱박스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휴맥스처럼 펀더멘털이 튼튼한 회사도 드물다"며 "전망은 불투명하다해도 셋톱박스 사업에서 보여준 저력을 다시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