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국제금융시장에 '실망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주면서 국제 채권값과 주가,달러가치의 등락이 엇갈렸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채권 및 주식값은 실망감으로 떨어지고,달러가치는 기대감으로 급등했다. 그린스펀 FRB 의장이 15,16일 의회에서 증언한 '미 경제전망 및 통화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견해가 혼재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과 관련,"실제보다 저평가돼 있을 수 있으며,(중국정부가)환율정책을 보다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시아 국가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국채시장은 대폭락 그린스펀 의장의 증언 후 미 국채 가격은 수직 낙하했다. 그는 의회증언을 통해 "디플레 가능성이 희박해 국채를 매입하면서까지 시중에 자금을 풀 필요가 없다"고 언급하는 한편,하반기부터는 경기회복세가 가속화돼 내년에는 성장률이 최고 4.75%에 이를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 같은 국채매입 불가 발언과 금리상승을 초래할 경기회복 전망은 국채시장을 실망시켰다. 그의 발언 직후 미국채시장의 10년물 국채가격은 대폭락,가격과 거꾸로 움직이는 수익률(금리)이 3.72%에서 3.99%로 치솟았다. 지난 96년 이후 국채가격의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였다. 미국채가격 폭락세는 아시아로 그대로 이어졌다. 일본국채(10년물) 가격은 16일 개장하자마자 급락,수익률이 전날의 0.9%에서 1.11%로 뛰었다. 한국의 3년물 국고채금리도 전날의 4.32%에서 4.49%로 상승했다. 그린스펀 발언과 함께 외평채발행 확대방침도 국고채 가격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러가치는 회복세 달러가치는 그린스펀 의장의 미 경제진단에 고무돼 크게 올랐다. 그린스펀 의장이 올해 미 경제성장 전망치를 2.5~2.75%로 연초 전망치에 비해 0.5%포인트 낮췄지만 여전히 일본(1% 안팎)과 유로존(0.4%)보다 높고,특히 내년 성장률이 3.75~4.75%에 달할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달러가치를 강세로 돌려놓았다. 그린스펀 의장 발언후 달러는 이틀만에 유러당 1.1285달러에서 1.1173달러까지 급등, 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16일 엔화에 대해서 1백16엔에서 1백18엔대로 회복됐다. 외환전문가들은 달러가 유로와 엔화에 대해 조만간 유로당 1.10달러 및 1백20엔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등,당분간 달러약세기조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맥빠진 증시 국채시장보다는 덜하지만 미 증시도 그린스펀 의장의 의회증언 후 힘을 잃었다. 뉴욕증시는 기대했던 '확실한' 경기회복진단 대신,"미 경제가 회복되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며 필요하다면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그의 신중한 회복전망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 기업실적 호전과 지난 6월 소매판매의 예상외 증가(0.5%)에도 불구,다우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5% 및 0.1%씩 뒤로 밀렸다. 일본과 유럽증시도 미국증시의 영향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일부 아시아증시는 '그린스펀 실망감'을 극복하고,인텔의 실적호전에 따른 '인텔효과' 등에 힘입어 강보합세를 나타냈다. 이정훈·안재석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