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투자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매수 타깃을 삼성전자 등 IT(정보기술)주에서 금융주로 바꾸고 있다. 15일 외국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중(물량기준) 1위부터 4위까지를 모두 은행주가 차지했다. 외국인은 전날에도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의 하루 순매수규모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삼성전자 비중은 30% 안팎으로 줄었다. 매수강도가 주춤해진 셈이다. IT주에서 반도체주로 이어졌던 시장주도주의 바통이 금융주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증시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은 한국시장에서만 벌어지는게 아니다. 'IT→반도체→금융주'의 패턴은 미국시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연초 야후 e베이 등의 폭발적인 상승세에 이어 반도체주가 랠리를 이어받았던 미국시장에선 최근 증권주가 급등세다. 전날 미국의 증권주 주가는 평균 3.5% 상승했다. 한국과 미국이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반도체에 대한 매수가 주춤한 것은 일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텔(7월14일 현지시간)과 삼성전자(16일)가 각각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어서다. 세계 반도체시장의 쌍두마차인 두 회사가 연이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일단 결과를 보자는 심리가 높아져 있는 상태라는 것. 그러나 삼성전자나 인텔의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다. 따라서 어닝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가 나오지 않는 한 이전처럼 공격적인 매수세가 계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왜 금융주인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비중을 이미 가득 채운 상태여서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는 게 금융주다. 연초부터 짓눌렀던 악재는 희석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가격메리트가 부각되는 것도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은행주의 경우 연초에 다양한 위험요소가 있었지만 최근 상당부분 희석돼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며 "이에 반해 주가는 거의 오르지 못해 저가 메리트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40만원을 넘었지만 종합주가지수가 700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가격대에 올라있는 셈"이라며 "금융주가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 이후의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금융주의 실적개선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강력한 주도주로 부상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그러나 외국인에 의해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시장의 패턴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금융주 강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삼성전자 일변도의 시장 흐름에 금융주가 가세한다면 종합주가지수는 기대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40만원대에 올랐을 때 종합주가지수는 900대였다. 그러나 현재 주가지수는 700 초반에서 맴돈다. 한화증권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 홀로 시장을 끌고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삼성전자는 연중 최고가를 경신한 반면 국민은행 주가는 고점대비 50% 수준에 머물러 있어 지수 상승세를 누르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주는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이라는 점에서 시장분위기를 호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외국인이 계속 금융주를 사들일 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금융주에 대한 매수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시장 패턴을 한국시장이 따라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금융주가 반도체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