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가 증시 자금 유입의 촉매제가 될 것인가.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10일 종합주가지수는 약세를 보였다. 증시는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금리인하가 예상된 재료인데다 절대금리 수준이 낮아 시중자금의 증시 이동을 부추길 가능성이 적다는 시장참여자들의 반응으로 풀이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영권 제일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는 저(低)금리 기조를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채권및 확정금리 상품의 매력을 감소시켜 시중자금의 증시 이동에 속도를 더해줄 호재"라고 말했다. ◆자금이동 촉매제될까 정책금리의 인하가 안전자산(예금·채권)에 몰려 있는 시중자금의 이동을 단기간에 불러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절대금리 수준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며,시중 실세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을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김찬주 세이에셋자산운용 이사는 "한은 총재가 '더이상 금리인하는 없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는 바람에 채권수익률은 오후 들어 오름세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식투자와 대체관계에 있는 예금·채권상품의 투자 메리트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원석 한국투신 채권본부장은 "은행이 콜금리 인하에 맞춰 수신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으며 초단기 채권형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제시수익률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신은 현재 연3.5∼4.0%와 연4.0∼4.5%인 국공채MMF와 일반MMF의 목표수익률을 0.2∼0.25%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이처럼 확정금리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면 여기에 몰렸던 자금이 주식시장을 기웃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경기회복이 열쇠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자체보다 이로 인한 경기 회복이 가시화돼야 시중자금이 증시로 본격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들어 미국 증시에서 주식형펀드로 돈이 급격히 유입되고 있는 것은 지난달 말 연준리(FRB)의 금리인하와 함께 경기회복세를 예견하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타난 것과 관련이 깊다. 국내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적인 채권시장 '거품 붕괴론'이 부상하면서 이달 들어 채권형펀드에서 돈이 조금씩 빠지고 있지만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되레 줄고 있다. 주가가 오르자 개인 및 금융회사들이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악화된 소비심리와 파업 등의 여파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인의 '나홀로 매수'행진으로 주가는 올 저점에서 40%가량 급등한 터라 '지금 들어갔다가 물리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리도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채권투자 매력이 떨어졌다 해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옮겨오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승호 신영투신 주식운용부장은 "실물경기 지표가 호전되는 양상이 나타날 때까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