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호전주를 낚아라.'


주식시장이 본격 '어닝시즌'(earning seasonㆍ분기실적 발표기간)에 접어들면서 2분기 실적, 나아가 하반기 실적호전 종목을 고르는게 증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선 개별 기업의 실적 만큼 중요한 투자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중 인터넷 시멘트 음식료 반도체ㆍLCD부품 관련주의 주가상승률이 두드러 졌던 것도 실적개선이란 확실한 재료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최근 외국인의 대량 매수세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전세계 정보기술(IT) 경기가 회복세를 탈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이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등 IT 관련주를 선취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국내 기관의 매수기반 취약 등 수급여건으로 볼 때 하반기 시장은 실적호전주 위주의 차별화 장세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 어닝시즌 돌입한 증시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은 세계증시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 쏠려 있다.


미국 증시가 2분기 어닝시즌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미국시간) 램버스, 야후가 실적을 발표한데 이어 11일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 14일 씨티그룹, 15일 인텔, 16일 포드 IBM, 17일 제너널모터스(GM) 마이크로소프트(MS), 23일 퀄컴 AT&T, 24일 아마존닷컴 등 7월 내내 굵직한 기업의 실적 및 하반기 전망 발표가 잇따를 예정이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이번 어닝시즌은 지난 상반기중 경기회복 기대감을 발판으로 올랐던 주식시장이 펀더멘털(경제여건) 개선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각 기업별 2분기 실적과 하반기 실적전망에 따라 해당 종목은 물론 동종업종의 주식이 널뛰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 철저히 연동해 움직이는 최근 장세를 고려하면 미 상장사의 희비에 따라 국내주가도 덩달아 출렁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바닥을 치고 돌아서는 실적 =미국 기업의 실적은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부터 빠른 회복세를 탈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의 강한 반등세도 기업실적이 최악을 지났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내 상장기업도 하반기 이후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이 상장기업 1백27개사(시가총액비중 67%)의 하반기 실적을 추정한 결과 상장사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1분기에 바닥을 찍고 2분기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영업이익은 8조8천8백65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상장사의 EPS(주당순이익) 증가율도 지난 1분기(-10.2%)와 2분기(-24.3%)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 3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전쟁 등 해외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다 IT(정보기술) 및 내수경기가 2분기에 바닥을 치고 3분기부터 회복세로 전환해 하반기 이후 기업실적의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실적호전주로 매매 압축 =기업실적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지난 4개월 동안 각각 40%와 55% 가량 수직상승했다.


단기급등에 따른 가격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박승원 서울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와 대조적으로 개인이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은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말 이후 외국인 매수종목 위주로 상승종목이 좁혀지고 있는 것도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신성호 우리증권 이사는 "하반기엔 실적호전주로 매매를 압축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신 이사는 "시장이 바닥을 치고 돌아서는 유동성 장세에서는 주가가 옥석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주가가 한단계 레벨업된 이후에는 실적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재편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2분기 실적발표를 계기로 하반기 이익 모멘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선취매해 장기 보유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 지난 5월 중순 이후 장세흐름이 바뀌고 있는 사실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즉 외국인 매수세가 나타나기 이전인 5월 중순까지는 경기방어적인 성격의 중소형 가치주가 두각을 나타냈지만 5월 중순 이후 대형주가 시장의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현대자동차 등 경기회복에 대한 이익기대치가 큰 수출관련 대형 제조주가 시장의 주도주로 나서고 있는 양상이 하반기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