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양극화되고 있다. 외국인은 일관되게 사는 반면 개인과 기관은 꾸준히 보유 주식을 팔고 있다. 지난 5월말 이후 똑같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이 5천억원 이상의 주식을 산 3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3천9백억원과 1천1백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극단적인 편향은 외국인이 사는 종목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주가 외국인 순매수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외국인이 이날 산 종목중 70% 가량이 IT에 집중돼 있다. 한마디로 '외국인에 의한 IT장세'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증시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나 대만 역시 마찬가지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연구위원은 "아시아 3국 시장의 공통점은 외국인과 IT가 화두로 등장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시장의 탄력성은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펀더멘털이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오 연구위원은 "세계시장 전체에 유동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시장에서는 외국인이 IT주만 사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갈라진 시장 펀더멘털이 아직 취약한 한국시장 내부에서 충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주가지수가 크게 요동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무엇보다 개인과 기관은 주식을 줄곧 팔고 있다. 그러나 세계 증시 관점에서 유동성은 계속 풍부해지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의 배경도 여기에서 나온다. 결국 펀더멘털은 좋지 못한데, 돈은 계속 들어오는 꼴이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에 대한 극단적인 우려와 막강한 돈의 힘이 부딪히며 시장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장 중 한때 699까지 올라갔던 종합주가지수는 막판에 686까지 밀려났다. 개인과 기관이 매물을 쏟아낸 결과다. "지금은 외국인이 아닌 국내 투자자를 안심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외국인이 한국시장 자체를 사는 것도 아니다. IT 종목만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전무는 "시장의 아킬레스건은 침체된 경기"라며 "대형 펀드들이 한국 비중을 맞춰야 하는데 살 종목이 마땅치 않아 삼성전자와 다른 IT주를 선택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시장이 아닌 IT분야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 삼성전자 의존도 심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이날 현재 20.11%에 달했다. 이는 외국인이 삼성전자만을 사고 있다는 데서 나타난다. 이날 전체 순매수(5천1백억원)의 절반이 넘는 2천6백44억원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데 쓰여졌다.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일종의 착시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종합주가지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펀드들이 삼성전자의 비중을 채우고 난 뒤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 이상 매수할 공간이 없다면 향후 주가 오름폭은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물론 증권사별로도 엇갈리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크레디리요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낸 반면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유동성에 힘입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 사태를 예견해 유명해진 도이체방크의 스티븐 마빈도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유동성 장세는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한 사상누각이 될 공산이 높다. 결국 대세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펀더멘털이 개선돼 왜곡된 수급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의 개선 내지는 이를 위한 정부의 확실한 정책의지가 나타나야 매수 주체나 매수 종목의 확산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