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우여곡절 끝에 SK글로벌 채무조정을결의함으로써 회사 정상화가 급류를 타게 됐다. 지난 3월이후 우리 경제를 짓눌렀던 SK글로벌 문제가 채권단의 공동관리로 해결책을 찾게 돼 금융시장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17일 전체 채권단협의회에서 1조257억원을 캐시 바이아웃(채권 현금매입)하고 2조4천억원을 출자전환하는 채무조정을 84%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SK글로벌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첫 적용 대상이어서 채권금융기관의 자율적인노력으로 기업을 살려낸 선례가 됐다. 다만 해외 채권단 협상과 SK텔레콤의 지원 확약, 최태원 SK회장 지분 처리, 소액주주와 노조 반발 등이 SK글로벌 정상화의 변수로 남아있어 갈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 SK글로벌 채무조정 통과 59개 채권금융기관은 약 84%의 찬성률로 채무재조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들은 SK㈜ 및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캐시 바이아웃을 통해 자본을 약 4조7천억원 확충, 4조4천억원에 이르는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자기자본으로 약 2천억원을 남길 계획이다. 여기에는 SK글로벌이 SK텔레콤과 SK㈜와의 거래 강화로 앞으로 5년간 EBITDA(법인세.이자 및 감가상각비 차감 전 순이익)를 연 평균 4천358억원씩 창출하고 이에미달할 경우 페널티로 1천500억원 추가 출자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번 채무조정안은 다음달 10일까지 해외 채권단 및 비협약 채권자들과의 협상을 원만히 끝낸다는 조건부로 통과됐기 때문에 출자전환 및 캐시 바이아웃 시행 시기는 다음달 이후가 된다. ◆ 출자전환 규모 약 2조4천억원 채권단은 약 2조4천억원을 출자전환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SK㈜ 출자전환분 8천500억원과 국.내외 캐시 바이아웃(각 1조251원, 9천200억원)에 따른 채무면제이익(각 7천100억원, 5천700억원)을 감안해 산출된 수치다. 캐시 바이아웃 신청 규모가 애초 예상했던 1조5천억원 선보다 적게 나오는 바람에 출자전환 비율이 46%로 결정돼 최대치로 제시됐던 48%에 육박했다. 23개 채권금융기관이 캐시 바이아웃을 신청했으며 산업.외환.우리은행등은 빠진것으로 알려졌다. 출자전환 규모는 해외 채권단이 전액 캐시 바이아웃을 신청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투신권의 요청대로 1주내 추가로캐시 바이아웃을 받을 경우에도 변동 가능하다. ◆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적용 첫 사례 SK글로벌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적용을 받은 첫 사례로서 의미를 갖는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원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성공적인 선례로 향후 기업개선작업의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외 기업구조조정에서 흔히 쓰이는 캐시 바이아웃이 우리나라에서도 채무조정의 중요한 수단으로 정착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도 주목할만 하다. ◆ 정상화까지는 산너머 산 국내 채권단들이 일단 SK글로벌 정상화 안을 통과시켰지만 해외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공동관리가 철회되고 법정관리나 청산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은 해외 채권단 캐시 바이아웃 규모가 적정 수준을 벗어나는 등 정상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결과가 나오면 언제라도 진로를 바꾼다는 입장이다. 이와함께 최 회장 지분 처리 문제도 채권단 간 풀어야할 쟁점이다. 최 회장 지분을 담보로 갖고 있지 않은 은행들은 하나. 조흥.한미 등 지분을 잡고 있는 6개 은행에 대해 현물출자 및 공동담보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하나은행 등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한 담보를 내놓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하나은행 등이 담보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SK㈜ 0.11%, SKC 7.5%, SK글로벌 3.31%, SK케미칼 6.84% 등이다. 또 비상장 주식으로는 워커힐호텔 40%, SK C&C 44.5%와 함께 3∼4개 벤처회사의 지분이 있다. 상장, 비상장을 합한 이들 지분은 모두 3천억∼4천억원어치 정도로 추정된다. 이처럼 최 회장 지분처리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해외채권 협상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10일까지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며 결정을 미뤘다. 이와함께 어떤 형태로든 SK㈜ 및 SK텔레콤 등 SK그룹의 지원 확약을 받아내는것도 숙제이다. SK㈜가 SK텔레콤 정상거래 유지 각서를 대신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채권금융기관들은 이를 믿지못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