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정상화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SK㈜가 8천5백억원을 출자전환키로 한데 이어 채권단도 17일 채무재조정 방안을 84%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이제는 해외채권자와의 협상만 남았다. 최태원 회장 담보 주식의 처리문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반발, 차등감자 여부 등 논란거리가 남아 있지만 SK글로벌 정상화라는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 채권단 지원결정 배경 =SK글로벌을 청산시키는 것보다 정상화시키는게 채권회수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결과 SK글로벌 청산시 기업가치는 3조8천7백2억원으로 전체 채권의 25.9%에 불과했다. 반면 금융지원 등을 통해 정상화할 경우 기업가치는 6조5천7백73억원으로 49.7%에 달했다. 채권 회수율을 높여야 하는 채권단으로선 정상화 쪽을 택하는게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 의결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속속 등장, 통과 여부를 예단하기 힘들었다고 채권단 관계자들은 전했다. 최태원 회장의 담보주식 처리문제를 놓고 채권단 내부에서 일었던 갈등이 최대 변수였다. 담보를 확보하지 못한 은행들은 담보주식을 SK글로벌에 현물출자하거나 채권단 공동담보로 전환하지 않으면 채무재조정안을 부결시키겠다고 압박했다. 이날 회의가 4시간여를 끌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 채무재조정 내용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이 제시했던 채무재조정 방안은 △최대 2조9천1백50억원 출자전환 △최대 2조8천억원 캐시바이아웃(CBO)이 핵심이었다. 이날 채권단 회의 결과 CBO 신청금액은 총 1조2백57억원으로 집계됐다. 채무재조정 대상 채권 6조7백44억원의 16.9%에 달하는 규모다. CBO 금액이 이같이 집계됨에 따라 출자전환 규모는 2조4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CBO가 이뤄지면 가격할인폭(70%)만큼 채무면제익이 발생하는 만큼 출자전환액을 7천억원을 줄여도 되지만 2천억원 가량 여유를 두기 위해 5천억원만 줄였다고 채권단은 설명했다. 출자전환액 2조4천억원은 CBO 신청금액을 제외한 총채권액 5조4백90억원의 47.5% 수준이다. 따라서 개별 채권자들은 CBO 제외 채권의 47.5%를 출자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1천억원의 채권을 가진 은행이 3백억원을 CBO한 경우 7백억원의 47.5%인 3백32억원을 출자전환해야 한다. 다만 이같은 CBO금액과 출자전환 금액ㆍ비율은 투자신탁운용회사들의 움직임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채권단이 이날 투신사들에 한해 CBO를 추가로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 향후 일정 =분식회계에 개입했던 SK글로벌 현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한다. 채권단은 이번 주 중 운영위원회를 소집, 경영진추천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계획이다.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은 내달 18일을 데드라인으로 삼아 앞으로 한달간 진행된다. 그 사이 채권단과 SK글로벌은 경영개선약정(MOU)을 체결하게 되며 이 때 SK㈜와 SK텔레콤은 기존 영업관계를 유지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외 채권단 협상이 타결될 경우 제4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열려 이를 추인한다. 이 모든 절차가 끝나면 채권단과 SK㈜는 출자전환, CBO 등 지원방안을 실행한다. ----------------------------------------------------------------- [ 용어풀이 ] 캐시바이아웃(Cash Buy-OutㆍCBO)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채무재조정에 참여하지 않는 채권을 해당 기업이 일정 할인율을 적용, 사들이는 것이다. CBO가 이뤄지면 기업엔 할인폭만큼 채무면제익이 발생한다. 채권현금매입 또는 채권할인매입으로 번역된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