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미국발(發) 훈풍을 타고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17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3월중순 저점(512) 대비 1백60포인트(30%)나 오르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은 14일 연속 이어지면서 강세장의 원동력 역할을 해주고 있다. 외국인은 불과 보름여만에 2조원어치의 한국주식을 사들이는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가가 단기에 너무 올라 부담스럽다"며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 상승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사자'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또 주가상승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경기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가상승에 의한 '자산 효과(wealth effect)'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 바이코리아에 나선 외국인 올 2∼4월까지 매도에 치중했던 외국인은 5월말부터 '사자'로 돌아섰다. 지난 5월28일 이후 14일간 누적 순매수규모(코스닥시장 포함)는 2조3백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0년5월31일∼6월13일 9일 연속 2조2천9백억원을 순매수한 이래로 가장 큰 매수강도다. 이같은 외국인 매수세는 뉴욕 증시의 상승세와 미국내 주식형 뮤추얼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주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이후 이달 11일까지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에 1백70억달러(20조원)가 유입됐다"면서 "이 자금의 일부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춘승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전무는 "장기투자 성향의 대형 뮤추얼펀드가 미국 첨단기술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오른 삼성전자 등 한국 IT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행진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 활황장이 경기 회복을 앞당긴다 하반기 이후 경기 회복과 주가 상승을 자신하는 외국인과 달리 국내 투자자들은 '돌다리도 두드려본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개인은 연일 차익매물을 내놓고 있으며 기관들은 '일단 지켜보자'며 관망하고 있다. 소비 수출 설비투자 등 실물경기에서 뚜렷한 회복신호를 발견할 수 없는 만큼 막연한 기대감으로 주식을 살 수 없다는게 국내 기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상승이 경기회복의 돌파구로 작용할 것이란 낙관론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증대 효과로 개인의 소비가 늘고 그 결과 기업의 생산 및 판매도 덩달아 증대되는 이른바 '자산효과'가 기대된다는 것.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소비 침체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증시회복은 침체경기를 탈피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자금의 선순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사장은 "정부의 부동산시장 억제대책과 주가 상승이 맞물리고 있다"면서 "부동산으로 대거 몰렸던 시중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