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돈 굴리는 데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목돈을 굴리려고 할 때 쉽게 떠오르는 금융상품은 바로 은행 정기예금이다. 동네 골목마다 은행이 있어 가입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원리금을 떼일 염려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자산을 수억∼수십억원씩 굴리고 있는 부자들은 '예금금리+α'를 원한다. 아무리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해도 10억원을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봤자 매달 손에 쥘 수 있는 이자가 고작 3백62만원에 불과한 탓이다. 이 때문에 부자들의 자산구성(포트폴리오)을 보면 부동산 채권 외화 주식 골프회원권 등 '비예금성' 자산의 비중이 훨씬 더 크다. 최근 들어 주로 해외의 우량 회사채나 신흥국 국채 등에 투자하는 해외채권펀드가 부자들의 집중적인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 ◆큰손들 해외채권펀드 집중매입=해외채권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최근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예컨대 폴란드 헝가리 한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이머징마켓 채권펀드의 경우 현재 연환산 수익률이 10% 이상 나온다. 해외채권펀드는 주로 달러를 기준 통화로 하고 있어 최근 달러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이 투자리스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펀드 대부분이 선물환계약을 통해 환헤지(위험제거)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어 환차손 걱정을 덜 수 있다. 또 해외펀드는 2개 이상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위험을 크게 낮출 수도 있다. 특히 최고 세율이 36%인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들에겐 과세표준까지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더욱 인기다. 최만연 슈로더투신운용 이사는 "저금리가 계속되는 데다 국내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투자에 적극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운용실적에 따라 원금을 일부 손해볼 수도 있다는 각오는 해야 한다. 현재 국민 외환 한미 등 은행권과 한투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들이 해외채권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부동산 여전히 매력=정부가 잇따라 투기억제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거액 투자자들은 부동산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고 있다. 한국의 거액 자산가 중 대다수가 주택 상가 토지 등으로 큰 돈을 모은 '부동산 부자'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자산가치 하락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가격이 떨어질 때를 오히려 매수 호기로 보는 큰손들도 상당수다. 지난 10일 열린 외환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고객 세미나에서 '부동산 투기억제책 이후의 시장전망'에 대해 강의한 이문숙 LMS컨설팅 사장은 당분간 아파트 값이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지역별 평형별로 격차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순 통계만 보면 부동산 가격의 국지적인 동향을 파악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강남권의 신규 재건축 물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3∼4년 후엔 이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집값이 저렴하고 △중도금 무이자대출이 많으며 △소액 투자자가 많이 구입한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조정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전체 부동산 자산 중 △40%는 임대형 부동산에 △30%는 소형 아파트 등 환금성 자산에 △나머지는 토지에 묻어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커는 "수십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부유층 고객들이 최근 들어 경기가 바닥이라는 판단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큰손들의 자산운용 방법을 일부 원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