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3일 배임과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태원 SK㈜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함에 따라 재계 3위인 SK그룹의 경영권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특히 SK글로벌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15일 열릴 SK㈜ 이사회가 이번 판결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사태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그룹 경영권 불안 여전 SK그룹은 지난 2월 이후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해왔으므로 이번 판결로 크게 상황이 바뀌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이 각 계열사를 책임경영해온 만큼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 회장 구속 직후 유럽계 소버린자산운용이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대주주로 올라선 데다 지속적인 경영간섭을 하고 있어 오너 공백으로 인한 경영권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버린뿐 아니라 헤르메스기업연금운용 템플턴자산운용 등 외국계 주주,참여연대 등 시민단체,SK㈜ 노조와 소액주주연합회 등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서다. ◆SK㈜ 이사회 촉각 채권단과 SK그룹은 최 회장의 실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현재 마련 중인 SK글로벌 경영정상화 계획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최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로 15일 SK글로벌에 대한 매출채권 8천5백억원 출자전환을 결의하는 SK㈜ 이사회 결정에 다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영국계 헤르메스가 최 회장,손길승 SK그룹 회장,김창근 SK㈜ 사장 등 3명에 대해 이사회 의결권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여서 이번 판결이 헤르메스의 손을 들어주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SK가 상속세법 등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으로 주가를 산정했으나 법원이 '사회적 통념을 벗어났다'고 유죄를 인정함에 따라 SK㈜ 사외이사들이 소버린과 소액주주들의 '배임혐의 고발 위협'에 더욱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 거취와 경영권은 SK그룹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번 선고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회사 정상화에 더욱 더 매진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는 최 회장이 항소한 뒤 다시 보석신청을 낼 경우 고등법원이 보석을 허가하거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할 가능성이 있어 조만간 SK측이 항소 신청서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또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은 주식 가운데 경영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SK C&C 주식은 공동담보로 유지키로 합의함에 따라 그룹 지배권은 유지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총수가 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고 그룹 경영에 복귀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