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소액주주가 SK㈜의 매출채권 8천5백억원 출자전환에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해결국면에 들어서는 듯했던 SK글로벌 사태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최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에 이어 외국인 소액주주들이 출자전환을 가로막는 법적 대응에 나섬에 따라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와 채권단간 맺었던 SK글로벌 정상화 방안이 SK㈜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외국계 소액주주의 제동 SK㈜ 지분 0.7%를 갖고 있는 영국계 헤르메스기업연금운용은 10일 서울지법에 최태원 회장 등 SK㈜ 사내이사 세 명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헤르메스는 소버린의 법률자문사인 법무법인 명인을 통해 제출한 소장에서 "이들 3인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SK글로벌을 지원해야 자신들의 민·형사상 책임을 줄일 수 있는 지위에 있어 SK㈜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명인 관계자는 "법원이 의지를 갖고 심리하면 수일내 처리할 수 있다"며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세계 증권시장의 큰손 템플턴자산운용의 자회사인 템플턴이머징마켓의 마크 모비우스 사장도 이날 SK㈜ 대표이사인 김창근 사장에게 편지를 보내 SK글로벌을 지원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해외 투자자들이 잇따라 SK㈜의 출자전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SK㈜ 이사회 촉각 헤르메스가 SK㈜ 사내이사들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출함에 따라 SK㈜ 이사회의 SK글로벌에 대한 8천5백억원 출자전환안 의결이 불투명해졌다. 법원이 헤르메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이들 세 명의 사내이사는 이사회 의결에 참여할 수 없게 되며 '재적 과반수 출석·출석 과반수 찬성'이라는 이사회 의결요건을 충족시키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SK㈜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각 다섯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은 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과 SK㈜ 노동조합 등 이해당사자들이 SK글로벌 지원을 결의하면 즉각 이사들을 배임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SK글로벌 지원안건의 의결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들은 이날 열린 이사진 간담회에서 SK글로벌의 수익창출 능력 등 회생가능성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물론 사내이사 세 명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더라도 나머지 7명의 이사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면 출자전환 의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소버린 등이 이사회 의결에 대해 효력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잇따라 소송을 제기할 것이 뻔해 SK글로벌 사태는 '산 넘어 산'의 형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버린의 금융자문사인 라자드아시아 오호근 회장은 이날 "잘못된 결정이 내려지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SK글로벌은 오는 18일까지 채무상환이 유예된 상태여서 SK㈜ 이사회가 이날까지 출자전환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채권단이 '청산형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심하는 SK SK㈜는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다 해도 나머지 7명의 이사진이 회사의 방향을 정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다. SK㈜는 우선 법무팀을 중심으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글로벌이 청산되거나 회생할 각각의 경우를 충분히 따져볼 때 SK글로벌을 살리는 게 SK㈜에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워 정면돌파하겠다는 생각이다. SK㈜ 관계자는 "이사들이 회사를 위해 결정했다는 확신이 있다면 배임에 해당되지 않으며 설사 고발되더라도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도 "SK글로벌의 계속기업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높아 회생하는 게 SK㈜ 기업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며 "헤르메스의 움직임은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