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의 조달 자금 중 내부 자금이 63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말 현재 기업의 금융 부채 잔액은 671조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5.6% 증가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기업 부문의 내부 및 외부 자금 조달 총액은 150조2천억원으로 외환 위기 직전인 지난 1997년의 160조7천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98년 이후로는 가장 많았다. 이 중 금융기관 차입 등 외부 조달 자금은 86조8천억원, 기업의 이익 잉여와 감가상각충당금 등으로 구성되는 내부 조달 자금은 63조4천억원이었다. 이 같은 내부 조달 자금은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 1999년 51조4천억원, 2000년57조9천억원, 2001년 60조6천억원이었다. 한은은 기업의 재무 구조 개선 노력과 수익성 향상 등의 영향으로 1999년 이후 내부 자금 조달액이 순외부 자금 조달(외부 자금 조달에서 자금 운용액을 차감한 순조달액) 규모를 상회하기 시작해 작년까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순외부 자금 조달액에 대한 내부 자금 조달액의 비율도 1990∼97년에는 60∼70% 수준이었으나 99년 이후 크게 올라 99∼2002년에는 평균 213.2%를 기록했다. 한은은 기업의 내부 자금 조달 비중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외부 자금 의존도가 낮아지는 것은 경기 변동에 대한 기업의 대응 능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작년 말 현재 기업의 금융 부채(주식, 출자지분, 상거래 신용 제외) 잔액은 671조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5.6%(35조6천억원)가 늘었고 전체 자금 조달에서 금융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외환 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기업의 조달 자금 중 금융 부채의 비중은 97년 69.2%, 98년 75.2%로 피크를 이뤘다가 99년 -26.3%로 급감했으며 2000년 14.8%, 2001년 40.4%로 증가한 뒤 작년에 50%선을 넘어섰다. 자본금 확충에 의한 자금 조달 비중은 90∼97년에 외부 자금 조달 총액의 12∼19% 수준이었으나, 외환 위기 이후에는 기업의 재무 구조 개선 노력 등의 영향으로크게 높아져 2001년 53.6%, 2002년 39.5%를 각각 기록했다. 한편 경기 순환 변동에 따른 기업의 자금 조달 증가율은 외환 위기 이전(80∼98년)의 경기확장기 자금 조달 증가율이 평균 21.9%로 수축기의 증가율(3.9%)을 크게상회했다. 한은은 "대규모 시설 투자의 주체인 대기업이 금년 들어 금융기관 차입이 부진한 가운데 회사채 및 기업어음 발행을 통한 직접 금융도 크게 줄었다"고 밝히고 "이같은 자금 조달 패턴이 지속되면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생산적 부문으로 자금 흐름이 편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