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SK와 채권단 손길승 SK그룹 회장은 이날 신임임원과 간담회를 갖고 SK글로벌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거듭 나타내며 계열사의 협조를 당부했다. 손 회장은 "SK글로벌은 SK그룹의 모태로 그룹 도약의 중심역할을 해온 만큼 정상화를 위해 SK의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는 배임 논란으로 출자전환 결정에 소극적인 SK㈜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벌였다. 또 새로운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과 협의에 나섰다. 채권단도 SK글로벌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채권단금융기관협의회를 다음주로 미루는 등 '극약처방'을 잠정 유보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실무준비에 2∼3일이 걸리는 만큼 최소 이 기간동안에라도 SK가 성의 있는 자구 계획을 내놓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격화되는 감정싸움 SK과 채권단은 상대방을 맹비난하는 등 극단적 감정싸움을 벌였다. 이노종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 대변인은 "채권단이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이성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채권단이 SK㈜의 유전스(수출기한부어음) 한도를 줄이고 SK 관계사들에 자금압박을 가하는 것은 금융기관이 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SK㈜는 지난 28일 채권단이 SK글로벌의 석유제품 판매대금 지불을 중단한 것과 관련,이날부터 SK글로벌에 대한 석유제품 공급을 중단키로 했다. SK㈜ 관계자는 "채권단이 출자전환 강요를 위해 탈계약적이고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과 피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채권단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물품대금 지급중단이 SK글로벌의 유동성 부족때문이라며 책임을 SK측에 돌렸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 28일 협상결렬이 선언된 만큼 일반 상거래채권자는 결제를 해주되 관계사 결제는 해주지 않는 게 옳다"고 반박했다. 채권단은 "석유제품 공급을 중단한다면 SK글로벌 영업망인 3천2백여 주유소를 통해 연간 6조8천억원어치를 팔던 SK㈜도 점유율 하락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또 SK 경영진이 SK글로벌의 분식회계뿐 아니라 외화도피,재산은닉,채권단 공동관리 직전 SK글로벌 소유 주유소의 매각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민·형사상 소송 제기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태웅·김인식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