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드를 이용해 홍콩에서 국내주식의 시세를 조종한 한국인 작전세력이 감독당국에 적발됐다. 작년말 LG와 대신증권에서 발생한 1천7백여억원대의 미수사고도 이들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8일 다수의 해외 역외펀드 계좌를 이용,코스닥 등록기업 O사와 K사 주식의 시세를 조종,24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홍콩소재 투자자문사 대표 지모씨와 신모씨(홍콩투자자문사 이사)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속칭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해외거주 내국인이 주가조작 혐의로 금융당국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선위는 또 자신이 대주주 겸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주식을 시세조종한 샤인시스템 대표 조모씨와 G사의 주가를 조작한 일반투자자 김모씨도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외국인에게 휘둘리는 증시취약성 악용=지모씨 등은 홍콩 증권감독기관인 SFC에 투자자문사로 등록하고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등 조세회피지역에 다수의 역외펀드를 설립했다. LG와 대신증권의 홍콩현지법인에 수십개 계좌를 개설한 이들은 HTS(홈트레이딩시스템)로 작년 6월부터 9월까지 코스닥 등록기업 O사와 K사의 주가를 조작했다. O사와 K사 주식매집 과정에서 지분율이 5%가 넘으면 지분변동 공시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그 미만으로만 보유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실제 O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이들의 시세조종 기간 동안 20%포인트 이상 급증하며 주가도 두 배로 뛰었다. 이런 수법은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오른다"는 기대감으로 개인투자자가 외국인을 따라 매매하는 성향이 강한 국내 증시의 취약성을 십분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감독체계와 증권사 영업행태 허점=이들은 작년 12월 LG와 대신증권 홍콩법인 계좌를 통해 삼성전자 48만주 등을 매수한 뒤 결제하지 않아 1천7백여억원대의 미수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외국인 기관투자가에게는 위탁증거금을 면제해 주는 국내 증권사 해외법인의 영업행태를 악용했던 것.뿐만 아니라 외국인 매매에 대한 감독당국의 허술한 감시체계를 파고든 것이다. 1천7백여억원대의 미결제 주식은 결국 LG 대신증권 등이 상품계정으로 떠안았고 이후 시장에서 주식을 처분했지만 이들 증권사는 1백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금감원 또한 주가조작 등 혐의가 있더라도 해당 국가 감독당국과의 업무협조 등 애로가 많아 치밀한 조사를 벌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선물 시장 모두 외국인 매매에 따라 크게 휘둘리는 국내 증시의 취약성 때문에 외국인을 가장한 한국인들의 주가조작 가능성은 계속 제기돼 왔다"며 "불공정거래 적발 등을 위해 해외 감독당국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