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SK글로벌을 청산키로 결정,자산 47조원의 재계 3위인 SK그룹은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채권단이 SK글로벌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대주주인 최태원 SK㈜ 회장이 담보로 내놓은 계열사 주식을 전량 처분,그룹 지배권이 통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SK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독립경영을 가속화하겠지만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채권단이 담보로 잡고 있는 최 회장의 지분의 향방에 따라 전 계열사가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의 위기에 놓일 수도 있는 처지가 됐다. ◆SK그룹 해체되나 최 회장은 그동안 5.2%의 지분으로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를 지배해왔다. SK㈜는 SK텔레콤 19.8%,SK글로벌 37.9%,SKC 47.7%등 주요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최 회장은 이와 함께 SKC 7.5%,SK글로벌 3.31%,워커힐호텔 40%,SK C&C 44.5%등 모두 4천5백억원대(2월말 기준)의 주식을 담보로 맡겼다. 그러나 채권단이 이를 처분할 경우 최 회장은 SK㈜의 지배력을 잃게 되고 연쇄적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 SK 계열사들은 오너가 사라지면서 각자 독립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유럽계 소버린자산운용이 14.99%의 지분으로 SK㈜의 최대주주가 되어 있으나 현재 경영에 참여하지 못한 상태.주총을 통해 이사회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한국적 기업풍토상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는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SK㈜ SK텔레콤 SK케미칼 SKC등 각 계열사들은 독립 경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각 계열사는 손길승 회장의 주도하에 그룹체제를 유지할 수는 있어도 과거와는 다른 느슨한 연합체 성격을 띨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다만 채권단이 담보로 잡고 있는 지분의 향배에 따라 또다른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부실 계열사 동반 퇴출 가능성 SK그룹이 해체되고 독립경영을 하게 되면서 부실 계열사들도 동반 퇴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재무구조가 가장 취약한 SK계열사는 비상장사인 SK해운과 SK건설.SK글로벌에 대한 백지어음 지원등으로 2천억원대 손실을 입은 SK해운은 자본금 3천2백85억원중 2천4백19억원이 잠식된 상태다. SK건설도 멕시코 석유화학공장 건설대금을 받지못해 매출채권 2억5천만달러(약 3천억원)의 75%(약 2천여억원)를 부실로 평가받아 1천9백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계열사들이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한 부실 계열사부터 도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심각한 기업이미지 타격 상대적으로 우량한 계열사들도 그룹 해체에 따라 기업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경영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채권단이 SK글로벌 사태에 대한 그룹 책임을 이유로 각종 채권을 회수하는등 압박을 가하고 있어 SK케미칼 SKC등 덩치가 작은 업체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SK㈜ 또한 SK글로벌 투자손실 6천5백억원과 매출채권 1조원대 손실등으로 상당한 자금부담을 안게되어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전망이다. 또한 SK글로벌에 위탁했던 주유소 영업망을 잃을 가능성이 커져 영업망 복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처지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 1위의 지위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상대적으로 우량한 SK텔레콤은 그룹에 대한 지원부담에서 벗어나 탄탄한 기반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